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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지옥' 금성 vs '푸른 별' 지구형제행성이었는데 달라진 이유[사이언스 PICK] - 파이낸셜뉴스

지구와 크기·질량·성분 비슷한 금성…'온실효과'로 운명 달라져 수억년 이어진 온실효과 원인은? 화산 폭발·태양풍 등 가설 多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금성 표면을 촬영한 3차원 투시도. 금성 라비니아 평원 지역에 있는 3개의 크레이터가 보인다.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금성 표면을 촬영한 3차원 투시도. 금성 라비니아 평원 지역에 있는 3개의 크레이터가 보인다.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태양, 달에 이어 우리 하늘에서 3번째로 밝은 천체인 금성은 태양계에서 지구와 가장 비슷한 행성이다. 지각 구성 물질이 유사한 암석형 행성이면서 생명체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화성보다도 지름, 질량 등이 모두 지구와 흡사하다. 태양계 행성들 중 지구와의 거리도 가장 가깝다.

하지만 생명이 살고 있는 푸른 별인 지구와 달리 금성의 환경은 말 그대로 '불지옥'이다. 평균 온도가 467℃도에 달해 태양계 행성 중 가장 높고, 이같은 초고온·초고압 환경으로 인해 그간 인류가 보낸 탐사 장비들도 하루를 버티지 못한 채 모두 파괴됐다. 태양계 형성 초기에는 비슷한 환경이었을 두 형제 행성이 이런 극명한 차이를 보이게 된 이유는 학계의 최고 관심사 중 하나다.

24일 금성 연구 석학인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 그룹 CI에 따르면 인류는 불과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금성을 불지옥이 아닌 지구의 아열대 기후와 같은 '지상 낙원' 행성일 것이라고 상상해왔다. 행성 표면에 덮인 구름이 햇빛을 반사해 아름답게 빛나는 모습으로 관측됐고, 지구보다 태양과 더 가까우니 보다 더운 날씨일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금성의 실체를 알아가기 시작한 것은 1962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리너2' 탐사선이 최초로 금성 대기가 뜨거울 수 있다는 데이터를 확보하면서다.

이후 소련(현 러시아)이 1980년대까지 적극적으로 금성 탐사에 나서며 '베네라' 탐사선 시리즈가 최초의 금성 대기 진입, 금성 착륙, 금성 지표 사진 촬영 등에 성공해냈다. 이후 나사도 '파이오니어 비너스' 탐사선, '마젤란' 탐사선 등을 금성에 보내며 금성이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라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

◆화산 폭발·태양풍이 앗아간 금성의 물…수억년 온실효과가 지금의 환경 만들어

이같은 탐사 과정에서 금성에도 물이 존재했을 수 있다는 단서가 포착됐다. 금성의 중수소와 일반수소의 비율(D/H)가 지구의 100~200배 수준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 이는 금성이 가벼운 수소를 많이 잃었다는 것인데, 이를 통해 금성 표면에 있던 물들이 특정 이유로 우주 공간으로 증발해 사라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금성은 약 42억년 전 형성된 이후 수십억년 동안은 지구와 비슷한 변화의 과정을 거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급증, 온실효과가 가속화되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지구와 다른 초고온 기후를 갖게 됐다는 가설이 유력하다.

특히 이같은 초고온 기후로 인해 금성에서 액체 상태의 물이 사라진 것은 2가지 맥락으로 정리된다. 하나는 마그마가 이산화탄소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채 암석화되면서 행성 온도가 급등해 물이 사라졌다는 가설이다. 마그마가 규산염 등 암석으로 변하는 과정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지각에 갇혀 대기 농도가 조절돼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는 것이다.

다른 가설은 마그마의 암석화 이후에도 물이 남아 바다까지 형성이 됐으나, 이후 또 다시 급격한 환경 변화가 일어나 액체 상태의 물이 수증기 형태로 우주 공간으로 방출돼 버렸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구와는 비교도 될 수 없는 초대형 화산 폭발이 거듭 발생해 물을 없앴을 것이라는 추론도 있다.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모습(왼쪽)과 수억년 전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거 금성의 모습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모습(왼쪽)과 수억년 전 바다가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과거 금성의 모습 상상도.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금성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굉장히 약해 태양풍을 제대로 막아낼 수 없는데, 이로 인해 가벼운 수증기들이 모두 휩쓸려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수증기가 사라진 이후에도 화산 폭발이 지속되며 대기 중에 무거운 황산, 이산화탄소 등만 남았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금성의 환경 변화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가장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것은 일종의 온실효과 악순환인 '탈주온실효과(Runaway Greenhouse Effect)'다.

화산 등에서 발생한 온실가스가 대기 가열→물의 수증기화→높은 기온으로 인한 수증기 응결 미발생→뜨거운 수증기의 온실효과 가속→계속되는 물의 증발→높은 고도까지 도달한 고온 수증기의 우주공간 탈주와 같은 과정이 수억년 간 반복되며 지금과 같이 물 한방울 없는 불지옥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페이스 시대와 함께 금성 탐사도 급물살…생명체 사는 외계행성 찾을 단서 될까

한편 최근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달, 화성을 넘어 심우주 탐사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관측 기술 발달과 함께 외계행성 발견에도 속도가 붙으며 지난해까지 확인된 외계행성의 수가 50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처럼 우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금성 탐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위치에도 불구하고 극명하게 다른 환경을 보이는 금성 환경 분석함으로써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을 찾을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발견된 5000여개의 외계행성 가운데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암석형 행성은 4% 수준이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살 수 있는 지구 같은 환경일지, 금성 같은 불지옥 행성일지는 여전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계에서는 금성의 환경 분석을 통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외계행성 구분 능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NASA, 유럽의 ESA는 2030년께 '엔비젼', '다빈치', '베리타스' 등 새로운 금성 탐사선을 수차례 발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IBS를 중심으로 금성 장기관측 프로젝트인 'CLOVE(클로브)' 계획을 추진해 2026년부터 지구 궤도에서 향후 10년 이상 금성을 관측할 초소형 위성을 쏘아올려 공동 탐사에 나서기로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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