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껍데기는 가라 찬란히 빛나는 알맹이만 남고 - 경남도민일보

진화 막바지 단계 볼프레예별
수소 외곽부 날려 버리면서
중심부 핵융합 계속 이어가

겉껍질을 항성풍으로 날려 보내는 참 희한한 별이 있다. 복사압으로 초속 수천㎞로 날아간 겉껍질은 그 크기가 수십 광년에 이르는 성운이 된다. 볼프레이에 별이다. 

1867년, 천문학자 샤를 볼프와 조르주 레이예는 파리천문대의 40㎝ 푸코 망원경으로 고니자리에서 연속 스펙트럼 위로 넓은 방출 띠가 나타나는 항성 셋을 발견했다. 볼프레예별은 생의 마지막으로 진화한 대질량 별로서 외피 층의 수소를 완전히 상실하고 핵에서 헬륨이나 그보다 무거운 원소를 융합한다. 

표면 온도는 약 2만K에서 21만K에 이르는데, 이는 다른 거의 모든 종류의 별보다도 뜨겁다. 하지만 자외선을 많이 내놓기에 그렇게 밝게 보이지는 않는다. 

O, B, A, F, G, K, M의 하버드 분류법에서 기타 분광형으로 W형, WR형을 볼프레예별이라 부른다. 이들의 대기는 대부분 헬륨으로 일반적인 항성의 대기가 수소임을 고려하면 특이한 존재다. 이들은 진화 과정의 막바지에 도달한 별들이며 내부 복사압 때문에 수소로 된 외곽부가 우주 공간으로 흩어져 나간 뒤, 내부에 있던 헬륨의 중심부가 외부로 드러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행성상 성운은 별이 생을 마감하고 껍질을 우주로 내 뿜은 채(핵융합을 멈춤) 중심핵이 백색왜성으로 진화한 것이라면, 볼프레예별은 중심에서 핵융합을 계속하고 있다. 오전 4시께 볼 수 있는 겨울철 별자리인 큰개자리 부근에 있는 NGC2359는 토르의 투구라는 별명을 한 오리 성운인데 중심별은 볼프레예별이다.

위는 고니자리에 있는 NGC 6888 초승달성운이다. 위 왼쪽 아래 모습은 거품 같은 행성상 성운인데 크기가 비교가 안 된다. 아래는 NGC 2359 토르의 투구이다. 겨울철 큰개자리 부근에 있다. 두 성운 모두 볼프레이에 별이 겉 껍질을 항성풍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나사
위는 고니자리에 있는 NGC 6888 초승달성운이다. 위 왼쪽 아래 모습은 거품 같은 행성상 성운인데 크기가 비교가 안 된다. 아래는 NGC 2359 토르의 투구이다. 겨울철 큰개자리 부근에 있다. 두 성운 모두 볼프레이에 별이 겉 껍질을 항성풍으로 날려 보낸 것이다. /나사

◇비록 희뿌연 구름 같지만… = 나는 처음으로 망원경을 통해 우주여행을 했을 때 외부 은하를 보고 실망을 엄청나게 했다. 속으로 '애걔, 이게 뭐야'라고 되뇔 만큼 볼품없었다.

천체 사진을 보면 화려한 색과 함께 세세한 부분까지 잘 표현되어 있는데 반해 접안렌즈를 통해 본 은하는 희뿌연 구름 같았다. 

안드로메다은하는 그 크기가 보름달 여섯 개 크기고 250만 광년 거리라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에 제법 크게라도 보이지만, 은하 대부분은 면봉의 흰 솜처럼 아주 작은 덩어리에 불과하다. 웬만한 행성상 성운은 50배율에선 조금 큰 점에 불과할 정도다. 

안드로메다은하는 빛 공해가 덜한 어두운 곳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외부 은하다. 우리은하와 중력으로 묶여있어 대략 40억~100억 년 후에는 합쳐지게 된다. 우리은하는 영어로 '밀키웨이'라 부르는데 안드로메다은하와 섞어서 밀코메다라고 이름도 미리 정해두었다. 하지만 그즈음엔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어 금성을 집어삼킬 만큼 커져서 지구는 생명이 없는 환경이 되기에 밀코메다를 볼 지구인은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 전에 태양이 60억 살쯤엔 크기가 조금씩 커져 지구는 더 많은 열을 받게 되고, 생명이 살 수 없는 사막으로 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튼, 망원경으로 보는 대상이 흑백인 이유는 빛이 너무 멀리서 오기 때문에 망막에 닿을 땐 명암 정도만 겨우 확인 할 정도의 빛이다. 

천체사진은 조리개를 열어 오랫동안 빛을 쌓고 쌓아서 모습을 담아내지만 우리 눈은 빛이 들어오면 쌓지 않고 초기화한다. 망막 뒤에는 원추세포와 간상세포가 있는데 원추세포는 색을 감지하지만 약한 빛은 감지하지 못한다. 간상세포는 색은 감지하지 못하지만 매우 약한 빛도 감지할 수 있다. 

영화관에 들어가면 깜깜해서 색은 구별하지 못하고 사물만 겨우 식별할 수 있는 것처럼 먼 우주에서 오는 빛은 그 세기가 약해서 간상세포가 밝기 정도만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에 흑백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영화관이 아니더라도 깜깜한 곳에서는 다른 사람이 무슨 색 옷을 입었는지 구별할 수 없다. 천체사진에서 붉은색이 넓게 퍼져있는 것은 수소 구름이 근처의 별이 내뿜는 자외선을 받아 전자가 들떠 내는 빛인데, 사람의 눈으로는 거의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천체관측은 빛나는 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한 일이고, 별 지도를 보며 망원경으로 대상을 찾아가는 재미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M1, M31, M33, SH 2-155. /나사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M1, M31, M33, SH 2-155. /나사

◇황소자리 별별 세계 = 아주 옛날, 페니키아에는 에우로파란 공주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지상 세계를 엿보던 제우스의 눈에 그녀가 들어왔고, 한눈에 반한 제우스는 아내 헤라 몰래 수소로 변신하여 에우로파에게 접근했다. 투명한 뿔을 지닌 수소(제우스)는 곧 공주의 눈에 띄었고, 그녀는 아름다운 황소의 모습과 매력적인 눈빛에 반해 꽃을 꺾어주고 소의 몸을 쓰다듬으며 장난쳤다. 

황소는 에우로파 공주를 등에 태워주기 위해 엎드렸고, 그녀는 등에 올라탔다. 그러자, 황소로 변신한 제우스는 쏜살같이 바다를 건너 크레테섬까지 헤엄쳐 갔다. 크레테섬에 도착한 제우스는 에우로파를 내려주고,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공주를 설득해 아내로 맞이하고 자신의 아이를 낳게 했다. 에우로파를 데려오기 위해 제우스가 변신했던 그 황소의 모습이 별이 되어 황소자리가 되었다.

황소자리에는 볼만한 천체들이 제법 있다. 왼쪽 뿔엔 메시에 목록 1번 게성운이 있는데 초신성 잔해다. 으뜸별 알데바란 뒤엔 히아데스 널린별떼가 있고, 몸통엔 M45 좀생이별이 있다. 쌍안경으로 보면 물음표 모양의 일곱별이 있는데 플레이아데스성단이다. 황소 등 위, 페르세우스 발에는 NGC 1499 캘리포니아성운이 있고, 화성이 뿔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성운은 미국 지도에서 캘리포니아처럼 보여 붙은 이름인데 시각적으로 밝지 않아서 에이치베타 필터를 끼우고 대구경으로 보면 희미하게 보인다.

시선을 북동쪽으로 돌리면, 메두사를 무찌른 페르세우스 별자리 위에는 카시오페이아가 있고 그 옆엔 안드로메다 별자리가 있다. 알페라츠란 별은 페가수스 별자리와 안드로메다 별자리 모두 공유하는 별이다. 

미라크라는 별 왼쪽엔 한국인들이 개념을 수시로 보내는 안드로메다은하인 M31과 그 위성은하인 M32·M100번이 모여 있다. 오른쪽엔 M33바람개비 은하가 있는데 정면 나선은하라 망원경으로 보면 희미하게 보인다. 

그리스 신화에서 안드로메다는 공주고 페르세우스는 공주의 남편이다. 카시오페이아는 왕비이고 세페우스는 왕이다. 

가을 북쪽 하늘은 한 식구가 모두 별자리가 되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세페우스 별자리는 으뜸별이 2.5등급이고, 제일 어두운 별은 4.1등급이라 눈에 잘 띄진 않지만 오각형의 몽당연필을 연상하면 찾을 수 있는 별자리다. 이 별자리에서는 많은 대상이 먼 우주 천체 사진가들에게 손짓한다. IC 1396 코끼리코 성운, SH 2-155 동굴성운, NGC 7023 붓꽃성운, 별들의 요람 NGC7822와 Ced 214 발광성운과 같은 것이다. /조정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껍데기는 가라 찬란히 빛나는 알맹이만 남고 - 경남도민일보 )
https://ift.tt/NU1wQHM
과학/기술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껍데기는 가라 찬란히 빛나는 알맹이만 남고 - 경남도민일보"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