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캐릭터, 그래서 아쉬운 점이 더 드러나는 게임
지난 7월 말, 세가퍼블리싱 코리아에서 주최한 '소울 해커즈2' 사전 체험회에 다녀온 직후에는 한동안 빨리 게임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2시간 남짓한 체험 기회였지만, 통통 튀는 매력을 가진 주인공 링고와 썩 익숙하면서 재미있는 전투 시스템이 꽤나 인상깊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지난주 게임이 출시된 이후 약 일주일동안, 사전 체험회에서 경험했던 콘텐츠 너머 '소울 해커즈2'가 준비한 것들을 드디어 경험해볼 수 있었습니다. 죽은 사람도 살려내는 과학의 신비를 간직한 주인공이, 자신이 살려낸 동료들과 어떻게 세상을 멸망으로부터 지켜낼지 궁금해 참을 수 없었죠. 하지만, 아쉽게도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던전 탐험과 노가다는 필연적이었나 봅니다.
게임명: 소울 해커즈2 |
개발사: 아틀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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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 오픈크리틱 페이지
매력적인 주인공과 함께하는 믿음직한 JRPG
출시 전 진행된 사전체험회를 통해서도 느꼈지만,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링고'는 정말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로 탄생했습니다. 아틀러스의 작품들 중 몇 안되는 여자 주인공인데다, 이제 막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AI 요원으로 게임 도중 푼수끼를 발산하며 웃음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바오바오 가방을 연상시키는, 네온빛 가득한 외투까지도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세계를 관찰하는 지성체, 아이온(Aion)의 인간형 요원인 링고와 피그를 제외하고, 아군의 편에서 게임을 이끌어나가는 이들은 애로와 밀라디, 사이조 세 명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차례 죽음을 경험한 뒤 링고의 '소울 해킹' 능력으로 부활했다는 설정으로, 각자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세상이 멸망하는 것을 저지하려는 링고 일행에 합류해 전투를 이어나갑니다.
저마다 출신도, 살아온 배경도, 성경도 모두 다른 주인공 일행의 매력은 이제 막 인간 세상에 발을 들인 지 며칠밖에 되지 않은 링고의 시점에서 순차적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스토리를 진행하거나, 바에서 함께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링고와 동료 사이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으며, 친밀도가 높아진 동료들은 점점 마음에 담고 있는 속마음을 링고에게 털어놓게 되는 형태입니다.
주인공과 동료의 유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성우들이 열연한 목소리는 게임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메인 스토리는 거의 모든 텍스트를 성우들의 음성으로 함께 즐길 수 있으며, 아틀러스 게임 치고는 주인공인 링고의 대사가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매력을 톡톡히 느낄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또, 소울 해커즈2는 동료들과의 유대 형성이 게임플레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동료과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탐험할 수 있는 던전인 소울 매트릭스가 바로 그것으로, 해당 던전을 진행하면 할수록 동료의 스킬을 해금할 수 있고, 다양한 악마를 수집할 수 있기에 필수적인 콘텐츠입니다.
동료인 애로와 밀라디, 사이조 세 명 모두 자신만의 소울 매트릭스를 가지고 있으며, 링고는 이를 통해 동료들의 과거와 마주하고, 인간의 삶에 대해 하나둘씩 알아가게 됩니다. 거기에 일석이조로 더욱 강력한 악마를 합성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고, 파티의 전투력을 끌어올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이죠. 즉, '소울 해커즈2'의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메인스토리를 일정 구간 진행한 뒤, 동료들의 소울 매트릭스를 탐험하며 내실을 다지고, 다시 메인스토리로 돌아가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는 여러 마을에서 수주할 수 있는 간단한 사이드퀘스트가 존재하고, 이를 통해서도 장비를 얻거나 동료의 스탯을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혹시 미로 찾기 좋아하십니까?
위와 같은 게임플레이 구조를 가진 만큼, '소울 해커즈2'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던전 안입니다. 25년 전 원작과는 거의 아무런 연관도 없는 작품이지만, 던전 크롤링을 핵심 요소로 내포하고 있다는 것 하나는 시리즈의 정통성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던전들의 풍경이 너무나도 단조롭고, 던전들 사이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으며, 특별한 의미 없이 복잡하기만 하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게임의 주무대가 되는 메인 스토리상의 던전이나, 동료와의 유대를 높이고 파티의 전투력을 올리기 위해 탐험해야 하는 소울 매트릭스나 모두 생긴 모습만 다를 뿐이지, 미로 찾기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복잡한 던전이라는 점에서는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거기에 마주치면 원치 않아도 전투를 치러야 하는 심볼 인카운터 방식의 전투 스타일이 더해져, 원하지 않는 전투를 하느라 억지로 플레이타임이 길어지는 느낌도 받게 됩니다.
거기에 더해, '소울 해커즈2'의 탐험 요소로 대표되는 악마 탐색은 이런 미로같은 던전을 '굳이' 막다른 길까지 샅샅이 뒤지고 다닐 수 밖에 없도록 합니다. 링고와 동료의 사역마들은 던전 군데군데에 위치하며 유용한 아이템을 주거나, HP/MP를 회복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꼭 중요하거나 희소한 아이템을 가진 악마들은 막다른 길 끝에 숨어있는 경우가 많아 억지로 모든 던전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런 형태의 던전 진행이 한두번이 아니며, 전체 게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물론, 게임플레이를 이어갈수록 일정 거리동안 이동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적 심볼의 움직임을 느리게 만드는 등 스킬이 주어지긴 하지만, 핵심적인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아틀러스의 최신작인데다, 또 진여신전생 시리즈의 외전인 만큼, 게이머들에게 많은 호평을 받은 전작 '페르소나5'와 비교를 자꾸 하게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울 해커즈2'는 학교 생활 없이, 집과 메멘토스만 반복적으로 오고가는 형태의 게임인 셈입니다. 반복적인 턴제 전투와 던전 크롤링이 취향에 맞는 이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너무나 반복되는 진행으로 인해 중후반 즈음부터는 게임이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면을 살펴보자면, 심볼 인카운터 방식의 전투를 회피하기가 비교적 편리해 자신이 원하는 때에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용이합니다. 맵을 돌아다니며 적을 마주칠 경우, 링고의 검 모양 COMP(데빌서머너 세계관에서 악마를 소환하는 무기를 총칭)를 휘둘러 처치할 수 있기 때문이죠.
공격을 통해 넘어뜨린 적에게 다가가면 아군이 먼저 턴을 잡아 유리한 방향으로 전투를 시작할 수 있고, 확률적으로 보너스 어택이 발동하면 적의 체력을 어느 정도 줄여놓은 뒤 전투를 진행할 수 있어 보다 수월한 게임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별로 싸울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이런 식으로 적들을 처치해 가면서 빠르게 메인 퀘스트만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고요.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대로 메인퀘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던전 탐험과 전투를 통해 파티의 레벨을 높이고, 악마를 수집해 더욱 강력한 악마로 합성하는 등 일종의 그라인딩이 필수적입니다. 거기에 더해 다양한 NPC에게서 수주하는 서브퀘스트 중에는 특정 악마를 몇종 이상 처치해야 한다거나, 맵 상의 동료 악마들로부터 몇 종 이상의 아이템을 획득하기와 같은 임무가 존재합니다. 무턱대고 전투를 회피해나가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아무리 반복적인 게임플레이와 미로같은 던전 구조가 바탕을 이루고 있는 게임일지라도 공간을 좀 더 탐험하는 기분이 들도록 꾸며두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게임 초반에 진행하게 되는 지하철 노선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후 방문하는 빌딩같은 건축물에서조차 아무런 오브젝트가 장식되어 있지 않은 점은 던전크롤링 형태의 게임플레이에 금방 지루함을 느끼게 하는 데 일조합니다.
익숙한, 그러나 어딘가 허전한 전투 스타일
'소울 해커즈2' 전투는 아틀러스가 그간 정립해 온 전투 스타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번 작품을 제외하고 가장 최근 출시된 게임인 진여신전생5나, 페르소나5를 접해봤다면 어렵지 않게 적응이 가능한 수준이죠. 적의 약점 속성을 빠르게 파악하고, 해당 속성을 가진 악마를 활용해 전투를 이끌어가는 것을 기본 축으로, 소울 해커즈2만의 요소를 첨가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아군의 턴 마지막에 발동하는 광역 기술인 '사바트'를 들 수 있습니다. 주인공인 링고가 사용하는 기술로, 아군의 턴에 적중시킨 약점의 수에 따라 쌓인 스택을 이용해 강력한 공격을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바트의 존재로 인해 약점을 공략하는 기본적인 게임플레이는 더욱 중요하게 되었고, 반복적인 던전 탐험과 전투가 주요 콘텐츠인 만큼 한 전투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역할을 맡기도 합니다.
사바트와 함께, 링고는 '커맨더 스킬'이라는 특유의 기술을 활용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페르소나5'와 비교해도 가장 특징적으로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데, 페르소나 시리즈에서는 '와일드' 능력을 가진 주인공 외에는 악마를 변경할 수 없는 반면, 소울 해커즈 시리즈에서 악마는 그저 COMP를 이용해 소환하는, 일종의 포켓몬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커맨더 스킬은 아군이 소환하는 악마를 전투 중에 변경한다든지, 공격 시 사바트에 필요한 스택 수를 늘리는 식으로 한 번에 폭발적인 일격을 가능하게 해 줍니다.
전투 자체는 이미 오래도록 사랑받아 온 문법을 따르는 만큼 충분한 재미를 보장하지만, 반복되는 전투를 진행할수록 점점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은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25년만에 새롭게 부활한 진여신전생의 외전 시리즈이기도 하고, '뭔가 더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이런 생각이 고개를 들고 나면, 전투 외적인 부분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매력적인 콘셉트를 가진 거리를 돌아다니며, 더 많은 상호작용을 할 수 있었다면. 세이프하우스가 단순히 체력을 채우고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동료와의 유대를 강화하는 퍼스널 이벤트가 좀 더 입체적일 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아틀러스가 25년만에 부활시킨 프랜차이즈인 '소울 해커즈2'는 매력적인 주인공과 전작을 몰라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스토리가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다만,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구성해 놓은 듯 복잡한 던전을 반복적으로 탐험하는 것이 주된 콘텐츠라는 점과, 대부분의 던전들의 모습이 유사하고 단조롭다는 점, 아틀러스의 이전 작품들과 비교하면 큰 특색이 느껴지지 않은 전투 시스템은 진한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처럼 아쉬움이 남는다는 것은, 그만큼 프랜차이즈가 가진 아이디어와, 잠재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게임에서는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것입니다. 귀여움으로 무장한 매력 넘치는 캐릭터 링고도 한 번 나오고 말기에는 너무 아쉽다는 느낌이고요.
어떤 이유에서 아틀러스가 25년만에 소울 해커즈를 부활시켰는지 그 진의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본가 시리즈나 페르소나 시리즈와는 다른 흥미로운 이야기를, 매력적인 캐릭터를 통해 풀어냈다는 점에서는 나름의 점수를 줄 수 있겠습니다. 부디, 이 다음이 있다면 또 한 번 주인공 링고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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