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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한국] 우주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은하들은 크게 두 종류가 있다. 펑퍼짐하고 둥근 타원 은하, 그리고 주변에 아름답게 휘감긴 나선팔을 갖고 있는 나선 은하. 우리 은하도, 바로 옆집(?) 안드로메다 은하도 모두 화려한 나선팔을 휘감고 있는 나선은하들이다. 난 나선 은하를 더 좋아한다. 더 아름다우니까. 

물론 천문학자들이 나선 은하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건 단순히 외모지상주의 때문만은 아니다. 거대한 은하들이 대체 어떻게 수십억 년째 흐트러지지 않고 나선팔을 계속 유지하는지, 또 이런 거대한 나선팔이 대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미스터리가 많기 때문이다. 

나선은하 NGC 1376의 아름다운 모습. 한창 새롭게 태어난 어린 별들로 채워진 나선팔이 푸르게 빛나고 있다. 사진=NASA, ESA, and the Hubble Heritage Team(STScI/AURA). Acknowledgment: R. Thompson(University of Arizona)

오늘날 우주에 있는 모든 은하는 먼 과거에 존재한 작은 은하의 씨앗들이 서로 빠르게 충돌하고 합쳐진 결과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작은 은하들이 다양한 방향으로 아무렇게나 빠르게 충돌하면 보통은 그저 둥글고 펑퍼짐하게 퍼진 타원 은하가 만들어진다. 우주 진화를 구현하는 대부분의 시뮬레이션에서도 작은 은하들이 충돌하면 주로 타원 은하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분명 우리 우주에는 멋진 나선팔을 자랑하는 나선 은하들이 절반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이는 시뮬레이션과 실제 관측 사이에서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장 중요한 괴리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대체 은하들의 나선팔은 어떻게 자라난 걸까? 나선팔을 갖고 있는 은하와 갖지 못한 은하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그 답을 찾기 위해선 먼 과거, 우주에서 처음으로 나선팔이 자라나기 시작하는 ‘아기 나선 은하’의 탄생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그리고 놀랍게도 바로 그 순간이 드디어 발견되었다. 아직은 성숙한 나선 은하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이제 막 나선팔이 자라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아기 나선 은하’의 모습을 공개한다. 

아름다운 나선팔을 두른 나선은하가 처음 탄생하는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앞서 2012년 천문학자들은 허블 우주 망원경을 통해 아주 먼 우주에 숨어 있는 은하 306개를 관측했다. 300개가 넘는 먼 은하들의 흐릿한 데이터를 하나하나 분석하던 천문학자들은 그 중 놀라운 은하를 하나 발견했다. 흐릿하지만 분명 세 가닥의 나선팔이 휘감긴 나선 은하였다! 페가수스자리 방향에서 포착된 이 나선 은하 Q2343-BX442는 지구에서 약 107억 광년 거리에 있다​(적색편이량 약 2).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30억 살이었을 때 존재한 은하다. 

은하 Q2343-BX442를 허블 우주망원경으로 포착한 실제 관측 이미지와 그것을 토대로 구현한 은하의 상상도. 이미지=JOE BERGERON, DUNLAP INSTITUTE FOR ASTRONOMY AND ASTROPHYSICS

이후 켁 망원경의 추가 관측을 통해 은하 Q2343-BX442의 크기와 회전 속도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은하 원반이 회전하면서 지구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더 파장이 길게 늘어나고, 지구로 다가오는 쪽으로 움직이는 부분은 더 파장이 짧게 변한다. 이런 도플러 효과를 활용하면 이 머나먼 은하의 원반이 어느 정도 기울어진 채 얼마나 빠르게 돌고 있는지 그 기울기와 회전 속도까지 알 수 있다. 

은하 Q2343-BX442의 지름은 약 5만 광년이다. 이는 우리 은하의 절반 정도 크기다. 아주 먼 초기 우주에 존재한 한참 어린 은하이기 때문에 아직 성장을 덜 한 상태다. 하지만 우리 은하의 절반밖에 안되는 작은 크기에도, 원반은 우리 은하만큼 빠르게 회전하고 있다. 이 은하의 회전 속도는 약 230km/s다. 우리 은하 원반의 회전 속도 220km/s에 맞먹는다. 

이 나선 은하 바로 곁에서 비슷한 속도로 함께 그 주변을 돌고 있는 작은 얼룩도 발견했다. 나선 은하와 최근 충돌을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왜소 은하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왜소 은하와 충돌하면서 세 가닥의 나선팔이 만들어졌을 거라 추정한다. 회전하고 있는 나선 은하 원반의 속도 분포를 보면, 이미 이 왜소 은하가 품고 있던 질량 중 일부가 더 큰 나선 은하 쪽에 유입된 이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 은하도 그 곁을 맴도는 궁수자리 왜소 은하가 지금의 거대한 나선팔을 만들게 한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된다. 초기 우주 때부터 주변을 맴도는 왜소은하에 의해 나선팔이 형성되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그런데 최근 허블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 새로운 나선 은하가 또 발견되었다.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거대 전파 망원경 어레이 ALMA를 통해 새로 발견된 은하 MACS1149-JD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 은하까지의 거리는 무려 139억 광년. 지금으로부터 130억 년 전의 빛을 보고 있다. 빅뱅 이후 겨우 5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 존재한 은하다. 

ALMA 관측으로 새롭게 확인한 가장 먼 나선은하 후보 JD1. 사진=ALMA(ESO/NAOJ/NRAO), NASA/ESA Hubble Space Telescope, W. Zheng(JHU), M. Postman(STScI), the CLASH Team, Hashimoto et al.

천문학자들은 흐릿하게 보이는 은하의 형태에서 독특한 부분을 발견했다. 단순히 둥근 얼룩이 아니라 양쪽으로 미세하게 무언가 작게 뻗어나와 있었다. 이 은하가 단순히 작고 둥근 왜소한 타원 은하가 아니라 작은 나선팔이 자라나기 시작한 아기 나선 은하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 확실한 증거도 있다. 이 은하는 분명히 회전을 하고 있다! 

ALMA는 50개가 넘는 아주 많은 전파 안테나들이 함께 동일한 천체를 관측한다. 그래서 기존 전파 망원경보다 훨씬 세밀한 구조까지 비교적 더 선명하게 구분해서 볼 수 있다. 이 먼 은하를 그저 하나의 작고 흐릿한 점으로 뭉뚱그려서 관측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점 속 이곳저곳을 분해해서 비교할 수 있다. 그래서 은하 원반 위의 각 부분이 얼만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각 지역의 도플러 효과 정도를 비교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은하 원반에서 새어나오는 이온화된 산소 원자들의 빛 스펙트럼을 관측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이 얼룩 같은 은하가 천천히 한쪽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은하의 절반은 우리에게서 멀어지는 쪽으로, 나머지 절반은 우리에게 다가오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JD1 은하의 원반 크기는 지름 약 3000광년이다. 지름 10만 광년인 우리 은하의 3%밖에 안 되는 훨씬 작은 크기다. 이 은하의 전체 질량은 태양 질량의 겨우 6억 배다. 태양 질량의 1조~3조 배 정도의 질량을 가진 우리 은하에 비하면 수백 배 더 작다. JD1 은하의 원반은 우리 은하에 비해 4배 정도 더 느린 약 50km/s의 속도로 비교적 천천히 회전하고 있다. 아주 오래전 빅뱅 직후에 갓 반죽된 어린 은하이기 때문에 아직은 크기도 작고 회전 속도도 빠르지 않았다. 드디어 정말 그토록 찾고 있던 이제 막 회전을 시작하며 나선팔도 함께 자라나고 있는 ‘아기 나선 은하'에 근접한 존재를 발견했다는 뜻이다! 

그간 대부분의 천문학자들은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춘 성숙한 은하가 이렇게나 이른 초기 우주부터 존재하기는 어려웠을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빅뱅 이후 5억 년밖에 지나지 않은 초기 우주에 이미 아기 나선팔이 자라나는 나선 은하의 초기 형태가 존재했던 것이다! 지금껏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된 나선 은하의 기록이 새롭게 갱신되었다. 

이 어린 나선 은하의 회전 속도를 통해 은하 전체의 질량을 유추할 수 있다. JD1 은하의 질량은 우리 은하에 비하면 수백 배 훨씬 더 가볍다. 그런데 이 왜소한 질량 대부분이 약 3억 살 정도인 별들로 채워져 있다. 이 은하가 빅뱅 이후 5억 년이 지난 시점에 존재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이 원시 나선 은하를 채우고 있는 별들은 빅뱅 이후 겨우 2억 년이 지났을 때 탄생한 거의 우주 첫 번째 세대에 해당하는 별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바로 이 시기에 빅뱅 이후 처음으로 우주를 떠돌던 순수한 수소 가스만 반죽되면서 잠깐 동안 우주를 눈부시게 비추었던 태초의 별들이 탄생했을 것이라 추정한다. 눈부시게 우주를 밝게 비추다가 순식간에 연료를 소모하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곧바로 사라졌을 이 첫 번째 세대의 별들을 Pop III 별이라고 부른다. 이 별들이 한꺼번에 밝게 빛나고 폭발하면서 우주는 다시 이온화되는 시기를 겪었다. 이번에 발견된 원시 나선 은하는 그 전체 질량이 오로지 Pop III 별들로만 채워진 채 이제 막 짧은 나선팔이 성장하고 있는 은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 발견된 JD1 은하가 외부에서 가스를 유입하면서 나선팔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구현한 시뮬레이션 영상.

이 은하는 워낙 거리가 멀어서 앞선 Q2343-BX442 은하와는 달리, 그 주변에 함께 충돌하는 왜소은하는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왜소은하와의 충돌 없이 혼자 반죽되는 어린 은하에서 저절로 나선팔이 자라나는 새로운 메커니즘이 벌어지는 현장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은 주변의 작은 은하와 충돌하는 것이 나선팔을 만드는 가장 흔한 기원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충돌만으로는 절반 넘게 우주를 차지한 너무나 많은 나선 은하들의 존재를 모두 설명하지 못한다. 그래서 왜소은하와의 충돌이 아닌 또 다른 알려지지 않은 메커니즘이 있을 거라고 의심해왔다. 어쩌면 다른 은하와의 충돌 같은 외부 요인 없이 홀로 탄생하고 있는 독립된 원시 나선 은하의 성장 과정을 드디어 목격하게 된 것은 아닐까? 

최근 본격적인 과학 관측을 시작한 제임스 웹은 첫 데이터가 공개되자마자 놀라운 발견을 쏟아냈다. 최근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이 기존의 허블 망원경이 발견한 가장 먼 은하의 기록에 거의 근접한 또 다른 먼 초기 우주의 은하를 포착했음을 확인했다. 우주 팽창과 함께 길게 늘어진 먼 우주의 적외선 빛을 볼 수 있는 제임스 웹을 통해, 적색편이 정도가 무려 11에서 13에 이르는 아주 먼 우주의 희미한 얼룩 두 개를 포착했다. 

특히 이 중에서 더 먼 거리에 놓인 은하 후보 GLASS-z13은 지금으로부터 거의 135억 년 전, 빅뱅 이후 고작 3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먼 우주에서 빛이 날아오는 동안 우주 자체도 꾸준히 팽창하기 때문에 이런 먼 은하까지의 거리는 계속 멀어진다. 그래서 현재 이 은하 GLASS-z13까지의 거리는 무려 330억 광년에 달한다. 허블 망원경이 세웠던 가장 먼 은하의 기록, GN-z11 은하의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다. 첫 관측 데이터가 공개되고 불과 일주일 만에 이런 놀라운 발견이 쏟아지고 있다니. 제임스 웹의 압도적인 성능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제임스 웹 관측 이미지에서 발견된 가장 먼 은하 후보 GLASS-z13. 하지만 이것이 정말 은하인지와 정확한 거리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사진=NASA/STScI/GLASS-JWST program: R. Naidu, G. Brammer, T. Treu.

게다가 제임스 웹이 새롭게 관측한 비교적 가까운 나선 은하들의 새로운 이미지를 보면, 기존 관측에선 상상조차 하지 못한 아주 구체적인 나선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나선팔을 따라 복잡하게 엮인 가스 먼지의 흐름이 보인다. 나선팔 위에 존재하던 무거운 초신성이 폭발한 결과 그 주변을 불어내고 생긴 크고 작은 구멍들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연속적인 초신성의 폭발도 복잡한 나선팔의 형태를 그려내는 또 다른 중요한 메커니즘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아쉽게도 이번에 제임스 웹이 우연히 발견한 은하 GLASS-z13은 그 형태가 왜소한 나선 은하인지, 타원 은하인지 확실치 않다. 또 이 원시적인 은하가 회전을 하고 있는지는 이후의 도플러 효과를 분석하는 추가 연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이미 제임스 웹이 공개한 다양한 이미지 데이터에는 아주 많은 먼 우주의 나선 은하들의 이미지가 담겨 있다. 심지어 이 먼 우주에서 원시 은하끼리 한창 충돌하고 있는 현장도 확인할 수 있다. 머지않아 제임스 웹이 허블과 이번 ALMA 관측의 기록을 뛰어넘는 새로운 원시 나선 은하를 또 다시 발견해주길 바란다. 세월이 흐르면서 한 작가의 그림 스타일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비교하는 것처럼, 이제 우리는 135억 년 전 빅뱅 직후의 우주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주가 소용돌이치는 나선 은하를 그려온 스타일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한 편의 영화처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2041-8213/ac7447

https://www.almaobservatory.org/en/press-releases/capturing-the-onset-of-galaxy-rotation-in-the-early-universe/

https://www.science.org/content/article/hubble-spots-farthest-spiral-galaxy-ever-seen

https://www.nature.com/articles/nature11256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2arXiv220709434N/abstract

https://ui.adsabs.harvard.edu/abs/2022arXiv220709436C/abstract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galaxy.wb.z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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