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웃는남자’는 티켓 오픈 직후 대부분의 회차가 매진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한다. 오죽하면 ‘티켓이 없어서 못 본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에 따르면, 전체 공연의 월간 예매율 기준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효신·박은태·박강현 등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배우들의 티켓파워가 주효하지만, 작품 자체에 대한 신뢰도도 무척 높은 작품이다. 세 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작품이 대중에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건 완성도 높은 서사와 아름다운 멜로디 그리고 앙상블의 영향도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엔 뮤지컬 배우 가희가 있다.
-본격적인 질문에 앞서…본명이 ‘가희’인가요?
네, 본명이에요! 노래 ’가’ 빛날 ’희’, 그래서 가희입니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네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꿨나요?
그건 아니에요, 원래는 연기가 하고 싶어서 연기학원을 다니다가 선생님에 권유로 뮤지컬 전공을 지원하게 됐어요. 운이 좋게도 동아방송예술대학 뮤지컬 전공을 하게 됐고, 그 후에 정선아 언니가 출연하는 ‘드림걸즈’를 보고 더더욱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어요.
-2012년 ‘락 오브 에이지’가 데뷔작이죠. 데뷔 당시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을까요?
오디션 합격 전화를 받았을 때의 기쁨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지하철 안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정말 ‘저 합격했어요!!!!!’라고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을 겨우 참았어요. 그렇게 연습 들어가서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처음이다 보니 많이 혼나고 많이 배운 것 같아요. 학교 공연이랑은 정말 다르더라고요(웃음). 힘들게 무대에 올라서 그런지 공연 첫날 함성과 박수소리는 정말 짜릿해서 잊어지지가 않아요!
-데뷔 전과 후, 그리고 현재까지 달라진 점들이 있다면?
데뷔전엔 알바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어요.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서 꿈만을 좇기에는 현실적인 생활비가 부족했거든요. 그래서 춤은 배우고 싶은데 돈이 넉넉하지 않다 보니 학원 실장으로 일하면서 배웠고, 노래는 지인을 통해서 교회 안에서 시간 빼서 조금씩 차근차근 배워갔습니다. 그렇게 데뷔 후엔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고 현재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뮤지컬 배우가 된 이후,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도 있나요?
오디션에서 떨어질 때마다 슬럼프가 오는 것 같아요. 떨어지다 보면 ‘난 아직 많이 부족하구나’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 ’나한테 이게 맞나?’ 등의 생각들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물론 지금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요. 요즘은 ‘나랑 맞는 캐릭터가 이 작품엔 없구나’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다면요?
원동력이라 하면 제가 데뷔할 때 만난 김수정 배우일 것 같아요. 데뷔작에서 만나 지금까지도 저에게는 원동력이고 소울메이트 같은 소중한 인연이죠. 4년 동안 같이 살았고 지금도 같은 동네에서 사는 친한 언니로 지내고 있습니다. 김수정 배우가 아니었다면, 전 뮤지컬 배우가 아닌, 다른 일을 하고 있었을 것 같아요. 오디션 보러 가기 싫을 때마다 언니가 저를 끝까지 끌고 가서 오디션을 보게 했거든요. 그리고는 ‘넌 할 수 있다’고, ‘넌 최고’라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저한테 많이 심어주었어요. 그래서 제가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고 있죠. 이 자리를 빌어 언니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어요!
-‘웃는남자’와는 벌써 세 번째 인연이 됐어요. 모든 시즌에 출연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의미일 것 같은데요.
엄청난 의미가 있죠! 세 번이나 한다는 건 ‘피비’ 역은 저 말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뜻이 아닐까요?(웃음)
-모든 시즌에 출연한 만큼, 작품의 변화도 가장 잘 알고 있는 배우가 아닐까 생각하는데요.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그중에서도 디테일이 점점 커지는 거 같아요. 초연 때는 정말 힘들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에는 ‘피비’라는 캐릭터도 생각해야 하고 비너스와의 합도 맞춰야 해서 신경 쓸 게 너무 많았어요. 그런데 재연, 삼연을 거치면서 여유가 생기고 감정과 디테일에 깊이가 생겨서 좋은 방향으로 변화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피비’ 외에도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제가 ‘웃는남자’에서 맡고 있는 배역들은 ‘피비’ ‘눈’ ‘귀족’ ‘가정부’ ‘상원의원’ 등이 있어요. 아무래도 그 중에서 ‘피비’에 가장 애정이 가요. 저 혼자가 아닌 영원한 단짝 ‘비너스’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두 사람이 한 사람인 것 같이 기뻐하고 슬퍼하고 쌍둥이처럼 감정을 공유한다는 게 어렵거든요. 그런데 서로 눈을 보면서 서서히 하나가 되어간다고 느껴질 때의 그 짜릿함은 정말 끝내주는 것 같아요.
-말씀하신 것처럼 배우들과의 호흡이 무엇보다 중요한데요.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다 같이 단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무대에 올랐을 때 어느 누구 하나라도 집중이 깨지면 다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집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공연 전 파이팅 콜에서 배우들끼리 더 집중하고 소통하려고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앙상블로서 무대에 오르면서 힘든 점, 고충이 있는지도 말씀해주세요.
앙상블은 주연 뒤에서 함께 노래 부르고 춤을 추며 무대를 조화롭게 만들어 나가야 해서 동시에 하나가 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든 것 같아요. 하지만 앙상블로써 하나가 되었다고 느껴질 때의 시너지는 어마어마하게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에너지에 압도당할 때의 울림이 더 큰 거 같아요!
-‘웃는남자’에서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요?
제가 가장 애정이 가는 넘버는 ‘눈물은 강물에’라는 넘버입니다. 정말 모든 사람들이 ‘데아’에게 ‘넌 괜찮아할 수 있어 네 곁엔 널 응원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라는 말을 한 곡 안에서 다 보여주는 장면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항상 마지막에 다 같이 손잡고 웃으면서 끝날 땐 감정이 정말 말도 안 되게 북받쳐 올라요. 그리고 제가 힘들 때도 ‘데아처럼 내 곁엔 날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아 괜찮아’라고 생각하면서 힘을 내기도 하거든요.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게 된다면, ‘웃는남자’의 어떤 역할을 맡아보고 싶으실까요?
다음 시즌에도 함께 하게 된다면 욕심을 내서 ‘비너스’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비너스’는 극과 극인 캐릭터를 1인 2역으로 소화해내야 하는, 굉장히 어려운 캐릭터인데 선배님들이 멋지게 소화해내시는 걸 보면서 나라면 어떻게 표현할지 많이 생각해 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이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네요.
-지금까지 참여했던 작품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이유는?
기억에 남는 작품은 당연히 ‘웃는남자’일 것 같아요. 창작 뮤지컬 초연으로 참여해서 ‘피비’라는 캐릭터를 만나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하고 분석하면서 저만의 ‘피비’가 완성되어서인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 혹은 작품도 말씀해주세요.
정말 많은 캐릭터들이 있지만 그중에서 제가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는 ‘엑스칼리버’에 ‘모르가나’ 역입니다. ‘모르가나’는 카리스마 있고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는 강한 여성 캐릭터라고 생각하는데, 이 캐릭터가 평소에 제가 지향하는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서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뮤지컬 배우로서 향후 활동 방향성도 궁금해요.
저한테는 아무리 작은 역할이어도 끝까지 노력하고 시간이 쌓이면 무대 위에서 존재감은 커진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 와도 저만의 존재감을 만들어 나가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언젠가는 따뜻하게 빛나는 배우가 되어있지 않을까요?
-가희 배우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감히 제가 좋은 배우를 정의할 수는 없지만 제 생각에는 무대 위에서 캐릭터로 살아 숨 쉬는 배우가 좋은 배우라고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저도 그렇게 되고 싶고요.
-마지막으로 가희 배우의 최종 목표는 어떻게 될까요?
저는 무대에 서는 게 행복해서 배우가 된 사람이에요. 목표보다는 언제나 무대에서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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