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궤도에서 내려다보면 호수와 강, 반도가 보이고 ... 눈 덮인 산이나 사막, 또는 열대우림과 같은 아주 생생한 지형 변화가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90분마다 아침놀과 저녁놀을 통과하게 된다. 지구 궤도를 벗어나면... 머리를 꼼짝하지 않고서도 남극과 북극, 각 대양을 연이어 볼 수 있다... 지구가 보이지 않는 자전축을 중심으로 도는 동안 여러분은 말 그대로 남북 아메리카 대륙이 저편으로 사라지고 놀랍게도 그 자리에 호주, 아시아가 등장했다가 다시 아메리카 대륙이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우리가 시간에 대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대체 내가 어느 공간 어느 시간에 있는가? 하고 자신에게 묻는다. 아메리카 대륙 너머로 태양이 졌다가 다시 호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본다. ‘고향’을 되돌아보면... 이 세계를 갈라놓고 있는 인종과 종교, 그리고 이념의 장벽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우주비행사 유진 서넌)
종족 분쟁이나 국가 정책, 지도 위에 색깔로 표시된 지리적 구분은 우주에서 볼 수 없다. 물론 과학은 이 푸른 보석이 무수한 은하들이 모인 우주 속에서, 무수한 별들로 된 어느 낯선 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한 생기 없는 별 주변을 돌고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우리의 모든 역사와 운명은 태양계 안에 있는 중간급 행성의 대기층 아래에서 일어났다. 우주 여행을 통해 우리는 지구가 바로 인류의 고향임을 알았다. 하지만 지구는 단순한 고향 이상이다. 우리의 일부다, 우리 은하의 가장자리에 위치한 황량한 태양계 내에서 태양의 세 번째 행성인 지구는 창백한 달과는 달리 대조적으로 하얀 점이 박힌 푸른 천체로 마치 살아 있는 보석처럼 보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느리게 밀려오는 기묘한 파도처럼 물질 위에 나타나 파도타기를 하는 물질적인 과정이다. 그것은 통제된 예술적 혼돈이며 기절할 만큼 복잡한 일련의 화학 반응으로, 8,000만 년보다 더 전에 표유류의 뇌를 만들었고,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연애 편지를 쓰고, 컴퓨터를 이용하여 우주 탄생 당시 물질의 온도를 계산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생명은 바야흐로 가차없이 진화하는 우주에서 자신의 낯설지만 진정한 위치를 처음으로 자각하려는 듯하다.
지구 표면의 국지적인 현상인 생명은 사실상 우주 환경을 함께 생각할 때에만 비로소 이해될 수 있다. 46억 년 전 초신성 폭발의 잔재가 응축하여 지구를 탄생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생명은 별의 구성 물질로부터 생겨났다. 생명은 대기 자원의 감소와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의 증가로 인해 지국의 온도 조절 시스템이 마침내 붕괴하여 단 1억 년 안에 끝날지도 모른다. 아니면 생명은, 생태계에 둘러싸인 채 탈출하여 안전한 피난처에서 약 50억 년 후 수소 연료를 다 써버린 태양이 적색 거성으로 폭발하면서 지구의 바닷물을 증발시켜버리는 것을 지켜볼지도 모른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린 마굴리스, 도리언 세이건. 김영 역. 리수. 2021.
기사 및 더 읽기 ( [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푸른 보석 - 경기신문 )https://ift.tt/dwGBuJS
과학/기술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조헌정의 '오늘의 성찰'] 푸른 보석 - 경기신문"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