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까지 서울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공연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뮤지컬 배우 김대식은 지난달 26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린 뮤지컬 ‘모래시계’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극중 ‘성철’ 역을 맡은 그는, 광주 토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관객들의 몰입을 돕는다. 사실 그는 서울 토박이다. 캐릭터에 대한 연구와 애정이, 관객도 속일 자연스러운 연기로 이어졌다.
작품은 본방 사수를 위해 사람들의 귀가를 재촉해 ‘귀가 시계’로 불렸던 동명의 90년대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지만, 김대식은 기존 캐릭터에 매몰되지 않고 새롭게 자신만의 ‘성철’을 만들기 위해 연습과 분석을 해왔다. 자신에게 주어진 배역을 애정하고, 그 배역을 파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김대식만의 성철’을 완성시킨 셈이다.
-먼저 ‘모래시계’에 함께 하게 된 소감을 들려주세요.
정말 좋은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서 너무 행복합니다. ‘모래시계’ 팀 분위기도 너무 좋고 좋은 선배님들과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더더욱 행복하고요.
-프레스콜 당시, 배우들의 관계가 너무 격 없고 편해 보이더라고요. 실제 연습 과정에선 어땠나요?
처음에는 다들 낯을 많이 가려서 그런지 무척 어색했습니다. 물론 저도 낯을 상당히 가려서 항상 첫 리딩과 첫 음악연습은 심장이 터질 것 같았고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친하게 지내는 건 ‘배우장 장인’ 강동우 형이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모래시계’ 팀원들이 다들 성격이 너무 좋아요.
-뮤지컬에 참여하기 전, 혹은 그 이전에라도 원작 드라마를 봤나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작품에 참여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는지 궁금해요.
사실 드라마는 보지 못했고 워낙 유명한 대사와 장면이 있어서 어떤 작품인지는 알고 있었습니다. ‘성철’이라는 역할을 맡고 난 이후에 ‘모래시계’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봤습니다. 부담감은 없었어요. 연출, 음악감독, 안무감독 등 크리에이티브 팀이 있기 때문에 믿고 연습에 참여했습니다.
-극중 ‘성철’ 역을 맡고 있죠.
너무나 매력적인 역할로 제가 연기할 수 있다는 것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기존 드라마를 보기 보단, 저만의 ‘성철’을 만들고 싶어서 5.18 당시 영상이나 사건에 대해서 굉장히 많이 찾아봤습니다. 5.18 영화도 정말 많이 찾아보고요. 그리고 성철이 용역 깡패이기도 해서 느와르 영화도 많이 찾아보고 고민하면서 캐릭터를 준비했습니다.
-성철이 진짜 관객들의 마음을 끓어오르게 만드는 캐릭터인 것 같아요. 흔히 ‘국뽕’이라고 하죠(웃음). 그만큼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도 에너지 소모가 컸을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인지 ‘시대의 어둠을 넘어 rep.’ 넘버를 하고나면 정말 배가 고파요. 하하. 1막 끝날 무렵 항상 동료들에게 버릇처럼 배고프다고 말하곤 하죠. 저 뿐만이 아니라 그 장면 같이 하는 배우들 모두 에너지를 쏟고 있어서 공감할 겁니다(웃음).
-특히 사투리 연기가 인상적이더라고요. 전라도 사람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요.
하하. 저는 완전 서울 중구 토박이 출신입니다. 저희 작품의 배우장인 강동우 형이 광주 출신이라 많이 도와줬어요. 또 제 친구 준범이와 병철이가 많이 도와줘서 사투리 연기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
-평소 무대에 오르기 전, 김대식 배우만의 루틴이 있나요?
배우들과 분장이 끝난 후 컵차기를 하면서 몸을 풀고 있습니다. 그 후 무대로 올라가서는 그 당시 상황을 계속 생각하고 거기서 내 캐릭터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되새김하고 있습니다.
-극중 가장 애정하는 넘버(혹은 장면)는?
극중 캐릭터인 ‘종도’ 형님이 부르는 ‘삶의 방식’이 저의 최애 넘버입니다. 저희 작품에서 가장 화려한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 씬에서 저는 이미 끌려 나가서 퇴장하는데, 다시 무대로 뛰어 들어가서 같이 부르고 싶을 정도로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다음 시즌의 ‘모래시계’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가요?
‘종도’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배우가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이 듭니다. 이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이율 배우, 임정모 배우가 너무 매력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더욱 탐나는 인물이 된 것 같아요.
-‘모래시계’는 김대식 배우에게 어떤 작품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정말 많이 보고 느끼고 배우고 있습니다. 나를 성장할 수 있게 해준 인생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향후 꼭 연기하고 보고 싶은 캐릭터, 출연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면?
너무 많죠! 그 중에서도 저의 최애 작품 ‘시라노’의 ‘시라노’ 역을 꼭 해보고 싶어요. 너무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던 작품이라 그런지 항상 이런 질문에는 ‘시라노’가 먼저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네요. 하하.
-행복한 기억이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기억일까요?
팀 분위기가 너무 행복했어요.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연습실 가는 게 항상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오늘은 얼마나 재밌을까’ ‘또 얼마나 웃길까’라는 행복한 생각으로 연습실에 갔던 기억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오래 꿈꿔왔던 뮤지컬 데뷔 무대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나요?
전 2018년도 ‘라이트 플라이어’로 데뷔했는데요, 그 당시 ‘멀티맨’ 역할로 여러 가지 캐릭터를 했습니다. 첫 외부 무대라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정신없이 한 기억밖에 없네요. 돌이켜 보니 항상 모든 작품을 들어갈 때마다 좋은 사람들과 해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꿈이 현실이 된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솔직히 누구나 다 인정하는 금전적인 문제가 가장 큽니다. 너무나 불규칙적이고 오디션에 붙지 못하면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는데 오디션 일정을 이해해주는 아르바이트가 거의 없어요. 때문에 대부분 일용직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고요. 그게 참 힘들더라고요. 금전적인 문제만 아니면 배우라는 직업은 정말 행복합니다(웃음).
-그런 순간들이 반복되다보면 주저앉고 싶은 마음도 들 것 같아요.
맞아요. 너무 불규칙적이고 쉬는 기간도 길어지고,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주변 친구들은 안정적인 직장을 점점 갖고 자리 잡고 있으니까 저도 마음이 급해지더라고요. 하지만 가족, 친구들,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다시 힘내서 열심히 배우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이라면?
아직 바닥이라고 생각할 만큼 힘든 시간은 없었어요. 점점 힘든 일도 많아지니까 저는 그냥 ‘오케이 레츠기릿’하고 단단하게 버티고 있습니다(웃음). 물론 무너질 수도 있지만 무너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니까요. 하지만 갑자기 내가 하는 일이 가치가 없다고 느껴지면 그 때는 정말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배우가 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한 순간은요?
배우가 힘들지만 이 만큼 재밌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다 같이 끈끈하게 과정을 만들고 성취 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그 쾌락이 저를 뮤지컬 배우로 남아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가지고 있는 신념, 앞으로의 방향성도 궁금합니다.
순수성을 지키고 싶습니다. 배우는 순수성에서 관객들을 공감시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꾸밈없이 순수한 배우 김대식이 되고 싶습니다.
-김대식 배우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요?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서 집도 사고, 가족들 행복하게 해주고 싶네요. 또 저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직업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성실하게 믿음직스러운 배우가 되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고 성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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