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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채경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인터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2차 발사에 즈음해 공감>은 심채경(40)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심채경 연구원은 “우주를 관찰하고 탐사하는 건 우리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우주라는 낯선 공간을 낯익게 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주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의 동경과 흥미, 호기심이 미국·유럽·일본·중국 등 외국에 비해 대체로 많은 편일까?
“우리나라 사람이 우주에 대한 동경, 흥미가 특별히 많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영화 스타트렉>, 스타워즈> 등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과거 수십 년간 선진국이었던 국가들에서 우주 소재 (영화) 작품이 (우리나라보다) 더욱 흥행하고 있지요. 강한 팬덤을 가지고 있고 작품을 감상하고 분석하는 사람도 많고요. 다른 문화콘텐츠에 영향을 주거나 사소한 물품 제작에도 많이 쓰이죠. 물론 사회의 특성이 다른 것도 한몫할 것이죠. 굳이 비교하자면 과거 우주탐사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사람이 우주에 대한 흥미가 크거나 깊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다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승리호>, 웹드라마 고요의 바다>처럼 대중을 상대로 하는 우주 관련 작품이 등장해 반갑게 보고 있습니다.”
산업적 우주 ‘개발’이든 천체물리학적 우주 ‘탐구’든 관심이 있는 사람이 가볼 만한 장소, 프로그램, 활동 등이 우리나라에 체계적으로 풍부하게 구축돼 있는 것일까?
“지역 시민을 위한 천문대 건립이 늘어나고 예전에는 대학의 천문학 전공학과에 설치했을 법한 큰 망원경을 요즘은 시민 천문대나 과학관, 고등학교 등에 설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듣고 있습니다.”

▶6월 21일 오후 전라남도 고흥군 영남면 우주발사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누리호 발사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 동시 추진
이번 또 한 번의 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우주 테크놀로지와 우주산업에 대해 순수 천문 연구자로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순전히 과학에 대해서만 생각하면 인류가 우주에서 천문 자료를 얻을 수 있는 역량이 성장한다는 의미가 있어요. 우주로 나아가면 새로운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니 반가운 일이죠. 우리가 자체적으로 그런 능력을 갖게 되니 더욱 좋고요. 지금은 누리호의 역량이 지구를 관측하는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는 것이지만 앞으로는 더 먼 우주로 나아가서 지구가 아닌 다른 천체를 관측할 역량까지 갖출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심 연구원은 또 “우주탐사에는 항상 여러 면모가 뒤섞여 있어요. 우주라는 거대한 자연을 탐구하고자 하는 호기심, 인류의 활동 영역을 지구 밖으로 넓혀나가려는 도전 정신, 다른 국가에 대해 우위를 점하고 지구상의 헤게모니(주도권)를 손에 쥐려는 국가적 열망, 과학기술의 수준을 고취하기 위한 궁극의 목표로서 활용 가치 같은 것”이라며 “이제는 과학, 정치를 넘어 산업적 측면에서도 우주를 활용하는 시대”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주도해 우주를 탐사하는 ‘올드 스페이스’의 시작점에 있다. 그런데 우주탐사 선진국들은 이제 정부가 아니라 민간에서 우주탐사에 활발히 뛰어드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시작됐어요.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고 올드 스페이스와 뉴 스페이스를 한 번에 추진해야 하니 버겁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망원경 이후 공학 기술의 도움으로 지난 400여 년 동안 태양계와 우주에 대한 발견이 놀라운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우주탐사에서 공학 기술의 역할은 절대적이죠. 과학이 목표와 방향을 제시하면 공학이 그 모든 것을 가능케 하니까요. 등산할 때만 해도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 얇고 따뜻하면서 땀도 배출되는 특수섬유, 튼튼하면서도 가벼운 배낭, 보온 물병 등을 챙기잖아요. 높은 산이나 심해를 탐험할 때, 깊은 정글이나 초원에서 맹수나 독초를 관찰할 때 우리는 어마어마한 기술력에 힘입어 활약하고 있어요. 우주도 마찬가지예요. 천문학 교과서는 10여 년 지나면 갱신(업데이트)해야 할 부분이 많이 생기죠. 생명과학, 화학, 물리 등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지만요. 지구상에서 이루어지는 수많은 발견만큼이나 우주에 대해서도 많은 발견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우주라는 낯선 공간을 낯익게 봐야”
누리호 발사와 우리나라 최초의 달탐사선 다누리 발사(8월 예정)를 계기로 우리나라 사람이 우주 시공간을 생각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져보면 좋을까?
“다른 나라 일로만 알았던 것들이 우리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 반가워하고 앞으로 추가적인 발전을 기대해도 좋을 거예요. 아직 우리나라의 우주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고 피상적이며 막연합니다. 마니아층도 있지만 국민의 보편적 관심사에 속해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과학과 기술 발전이 일반 대중의 인식이 성장하는 것보다 빠르기 때문에 그 틈을 메우고 새로운 징검다리를 계속 놓는 것이 중요하죠. 그 징검다리는 어느 특정 분야 전문가가 특정 방향으로만 놓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 자기 근처의 돌을 조금 옮겨 수많은 발받침을 여기저기에 놓으면 됩니다.”
그는 “우주는 지구와 유리된 공간이 아니고 지구는 곧 우주의 일부입니다. 우리의 활동 영역과 사고 영역이 지구 밖으로 넓어져간다는 건 각자의 자리도 그만큼 넓어진다는 것”이라며 “과거에 우주와는 전혀 다른 분야로 보였던 의·약학, 생명과학 분야도 우주에서 실험이나 우주비행사에게 적용하는 걸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우주탐사 기기의 보온을 위해 표면을 감싸는 특수 비닐을 등산복 제조업체와 협력 연구를 통해 제작하기도 하고요”라고 말했다.
“한 공상과학(SF) 작가가 ‘인류가 우주로 더 많이 진출하게 되면 예술가도 함께 우주로 갈 것’이라고 했는데 깊이 공감합니다. 우주를 관찰하고 탐사하는 것이 우주라는 별개의 공간으로 틈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니 우주라는 낯선 공간을 낯익게 보면 좋겠습니다.”

조계완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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