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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홍규의 릴레이 편지 시위④] "화성에 간다" - 네이트 뉴스

앞으로 20~30년 동안 전략 방향 고민 절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가 항공우주청을 둘러싸고 릴레이 편지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매일 관련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박사. [사진=한국천문연구원]

◆다음은 문홍규 박사의 네 번째 편지

인수위원장님, 안녕하십니까?

어제 보내드린 편지에 이어, 오늘도 새로운 논의를 이어가겠습니다. 오늘은 화성 탐사에 관해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화성에서는 과거 3억 년, 금성에서는 20억 년간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했습니다. 그런데 왜 한쪽에서는 사막화가, 다른 한쪽에서는 극단적인 온실효과가 일어났을까요? 인류는 아직 그 원인을 모릅니다.

주요국은 화성과 금성 탐사를 통해 지구의 미래를 찾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비교행성학이라고 말합니다. 지구의 기후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화성처럼 사막화가 일어나는 동시에, 금성처럼 펄펄 끓는 행성으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우주 패권국들은 과학탐사(science exploration)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화성 이주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화성에서 생존하려면 의식주를 해결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화성은 여러 돌파기술을 적용하는 시험장이 될 것입니다. 이곳은 지구와 다른 극한환경인데다, 모든 조건이 극단적으로 제한됐기 때문입니다. 일찌감치 화성 이주시대에 대비하는 나라들이 있습니다.

중국은 내몽골 사막에 화성 모의기지를 지어 과학 실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이를 수학여행 명소로 개방해 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 됐습니다. 미·중과 일본, 유럽, 중동에서도 유사한 기지를 운영합니다. 이렇듯 화성 모의기지를 지어 운영하는 나라에는 호주와 오스트리아, 벨기에, 중국과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네덜란드, 오만과 스페인,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그리고 미국이 있습니다.

화성 이주시대에 대비해 사하라와, 모하비, 고비 사막에서 과학실험과 기술 검증, 또 한편에서는 심리관찰과 같은 인문 사회학적 연구를 진행합니다. 대원들은 6개월에서 1년 동안 공동생활을 하는데, 실외활동을 할 때는 우주복을 착용합니다. 또 가족, 친지들과 전화할 때는 소프트웨어적으로 시간 지연을 둬, 실제 상황을 모사하기는 것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러한 장기계획을 세워 추진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없습니다. 그러니, ‘7대 우주강국’이라는 허울 좋은 구호는 다음 세대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100년 뒤의 미래 계획을 정부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UAE입니다. UAE는 2117년까지 시카고 규모의 화성 도시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워 이를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중간 단계로 UAE는 축구장 24개의 면적보다 큰 17만 제곱미터 넓이의 사막 복합센터 설계에 들어갔습니다. 이곳에서는 가압 바이오돔과 로봇공학 실험실을 활용해 화성환경을 모사하는데, 이는 화성도시를 건설하는 ‘화성 2117 계획’의 일부입니다.

이번에는 화성 착륙에 필요한 기술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화성 대기권 진입과 하강, 착륙은 일부 우주 패권국들만의 전유물입니다. 우주선이 화성 대기권을 통과하는 ‘공포의 7분’간 통신장치는 무용지물이 돼 자율 유도와 자율비행 기술이 쓰입니다.

미국의 거대 군수업체인 록히드 마틴사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모든 화성 탐사선의 에어로 쉘을 납품한 업체입니다. 굴지의 우주기업이 최강의 군수업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이렇듯 우주는 국방과 외교, 과학탐사가 연결된 전략 영역인 것입니다.

중국은 최근 미국이 40년 투자해 성취한 기술을 단숨에 뛰어넘었습니다. 그들은 2021년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를 이용한 화성탐사를 동시에 성공한 것입니다. 모든 중국 우주계획의 배후에는 인민해방군이 있으며, 달과 화성 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일부 패권국들이 달과 화성을 전장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벌써 수십 년 전 일입니다. 과학탐사에 쓰이는 기술은 안보에도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한국은 아르테미스 협약에 서명했습니다. 미국은 서명국에 책임 있는 역할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연구개발(R&D) 사업 단위로만 일하는 한국에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대는 철학과 비전, 프로그램, 전략을 가지고 움직입니다. 그래서 전략을 성취하기 위한 전략지식과, 그 목표수준과 현재 수준과의 차이, 즉 전략지식 격차(strategic knowledge gap)에 일일이 번호를 붙여 관리합니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 20~30년 동안 추구하게 될 전략 방향에 관한 고민이 절실합니다. 한국은 NASA를 비롯한 해외 우주기관들이 채택하는 표준과 프로토콜을 따라야 합니다. 우주 전담기관의 입지를 논하기 전에, 가장 근본적이고 기초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데, '한국 NASA'에 관한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갑갑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한국보다 늦게 아르테미스 협약에 가입한 뉴질랜드는 아르테미스 규약을 만드는 일부터 착수했습니다. 관료와 정치가, 전문가들이 각자 합의한 역할을 각본에 맞게 수행해 얻은 결과라 생각합니다.

아르테미스 같은 거대 프로그램은 개별 기관이 '각개전투'로 참여하기 어렵습니다. 뉴질랜드처럼 정부의 전략과 외교역량, 장기계획이 뒷받침돼야 실현 가능한 층위의 일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총체적으로 우주외교(space diplomacy) 역량이 모자랍니다. 게다가 해외기관과 협력을 논할 수 있는 장기 프로그램조차 없습니다.

이러한 모든 일을 고민하고 결정하고 추진할 곳이 ‘한국 NASA’입니다. ‘한국 NASA’가 ‘공장지대’나 ‘산업 클러스터’가 아니라, 중앙 부처가 입주해 있고 입법기관이 들어오는 곳에 두어야 하는 분명한 이유입니다.

오늘 편지는 여기서 마치려고 합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일은 우주 분야의 미래 먹거리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세종=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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