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5일 대국민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회'에서 직접 발표한 내용이다. 첫 발견 시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크다고 알려져 '파괴의 신'이라 불린 아포피스는 충돌 위험 없이 지구에서 3만1000㎞ 떨어진 거리를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이후 아포피스는 학계에서 '기회의 소행성'이 됐다. 우주 저 멀리 탐사선을 보내지 않아도 지구를 스치고 지나가듯 우리에게 와줄 소행성을 '마중'만 나가면 우주의 신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우주강국 도약을 꿈꾸는 대한민국에는 더없는 기회였기 때문에 문 대통령의 결단에 과학계는 환호했다. 미국·일본 등 우주 선진국들의 영역이었던 소행성 탐사 분야에 드디어 한국도 뛰어들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심우주 탐사에는 우주선 간의 도킹 등 이른바 '랑데부' 기술이 필수적이다. 이번 탐사를 통해 이런 기술을 확보한다면 한국이 우주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기대는 1년 만에 사그라들었다. 국민을 향해 아포피스 탐사에 나서겠다고 당당히 밝힌 정부는 정작 투자를 하지 않았다. 2027년 탐사선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부터 연구가 시작돼야 하지만 탐사선 연구개발 사업은 예비 타당성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며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그새 미국은 소행성 '베누'를 만나 시료를 채취한 후 지구로 귀환하고 있는 탐사선 '오시리스 렉스'에 아포피스 탐사라는 새로운 임무를 부여했다. 이를 위해 오시리스 렉스의 임무를 18개월간 연장하고 예산 2억달러(약 2500억원)도 추가로 투입하기로 했다.
과학자들은 이번 사태를 놓고 "과학기술 분야에 몸담고 있다 보면 우리가 정치가와 정책전문가들에게 활용당하는 집단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우리가 정치적으로만 활용하고 가볍게 흘려보내려는 소행성 탐사 기회가 무려 2만년 만에 찾아왔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벤처과학부 = 이새봄 기자 cestb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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