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물체가 사전 계획 없이 달에 충돌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오는 4일(한국 시간) 벌어진다. 현재는 달에 별다른 인공 구조물이 없어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달 기지 건설이 본격화할 미래에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면 중요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은 길이 12m, 중량 4.5t에 이르는 대형 로켓 잔해가 달 뒷면의 ‘헤르츠스프룽 충돌구’에 시속 9600㎞로 돌진해 떨어질 예정이라고 천문학계 분석을 인용해 3일 전했다. 충돌 시점은 오는 4일 밤 9시25분(한국시간)이다.
이번 충돌은 사람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 물체가 달에 부딪치는 첫 사례다. 1959년 구소련의 루나2호를 시작으로 로켓이나 우주선의 달 충돌은 인간이 줄곧 사전계획과 의지를 갖고 해 온 일이었다. 지구로 귀환하기 위해 중량을 줄이거나 과학 연구를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오는 4일 달로 돌진할 이번 로켓을 누가, 언제 쐈는지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다만 로켓 잔해의 달 충돌을 처음 예견했던 미국의 우주물체 추적 전문가인 빌 그레이는 지난 1월 말, 2015년 스페이스X가 쏜 로켓인 ‘팰컨9’의 일부가 이번 충돌의 당사자라고 지목했다. 그 뒤 추가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달 중순에 분석을 수정했다. 2014년 중국이 발사한 ‘창어3C’ 로켓의 일부가 달에 충돌할 물체라고 고쳐서 발표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런 분석을 부인한 상황이다.
로켓의 주인에 대해 논란이 있지만, 천문학계에선 이번 달 충돌을 좋은 관측 기회로 보고 있다. 달 표면에 충돌한 로켓은 충격파를 만들면서 땅속으로 파고들고, 최대 지름 30m짜리 충돌구를 만든다. 이때 열이 발생하고 먼지와 바위가 하늘로 튀어오른다. 달 표면과 얕은 지하에 있는 물질의 성분을 알아내기에 더없이 좋은 여건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정찰 궤도선(LRO)’을 통해 충돌구의 상황을 분석할 예정이다.
문제는 로켓 잔해가 달에 충돌하는 일이 가까운 미래에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을 달에 재착륙시키고, 궁극적으로 상시 기지를 지으려는 미국 주도의 ‘아르테미스 계획’이 한국 등 12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추진되고 있다. 10여년 뒤면 달에서는 기지 건설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처럼 로켓 잔해가 날아가 달에 부딪친다면 기지가 파손되는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날벼락이 떨어지는 셈이다.
1972년 국제사회가 맺은 ‘우주물체에 의하여 발생한 손해에 대한 국제책임에 관한 협약’이 이 문제를 조정하는 국제법적 틀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누가 쐈는지 알 수 없는 로켓에 의한 피해를 강제적으로 조사하고, 보상 책임을 부과할 체계는 국제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김한택 강원대 명예교수(우주법 전문)는 “분쟁이 생기면 해결 절차가 마련돼 있긴 하지만, 대부분 권고 성격을 띤다”며 “향후 우주개발이 가속화할 것을 대비해 정비해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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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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