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리어왕'은 삶의 비극과 인생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아름다운 시적 표현으로 담아낸 걸작으로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에서도 가장 숭고하고 압도적인 예술성과 뛰어난 문학성을 인정받는 작품이다. 오만함과 분노에 눈이 가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지 못한 연로한 왕 리어는 행복한 은퇴를 꿈꾸며 세 딸에게 유산을 물려주려고 한다. 첫째 딸과 둘째 딸은 아첨과 환심으로 왕국을 분배받지만 진실을 이야기하는 막내 딸은 어떠한 유산도 받지 못한다. 이후 왕관을 내려놓은 리어왕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두 딸에게 버림을 받고 자신의 어리석음을 후회하며 미쳐간다.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 모두 어우러지는 감정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작품이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한 이현우 연출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리어왕'과 '맥베스'가 꼽히는데 '멕베스'는 매우 놀라운 캐릭터들과 몇몇 감정에 집중돼 있지만 '리어왕'은 인간의 인간의 희노애락 모든 감정을 폭넓고 깊이있게 또 군더더기 없이 잘 구성한 작품이다. 이 감정이 뒤섞인 리어왕이라는 캐릭터는 젊은 배우들이 소화하기 힘든 배역인데 이순재 선생이 맡아주셨기에 굉장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소유한 절대권력자에서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미치광이 노인이라는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리어왕' 역을 원캐스트로 공연 기간 동안 하루에 세 시간씩 연기를 해나가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없는지 이순재에게 묻자 그는 "무대 위에서는 마력이 나온다"며 "때로는 독백이 한 페이지를 넘어가고 또 역동적으로 연기를 펼쳐야하는데 걱정도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순재는 "이 작품은 대사가 입에서 녹아 나와야 한다"며 "자다가도 튀어나올 정도로 대사를 익히지 않으면 극적 표현도 하기 어렵다. 그래서 자기 전에 눈 감고 한 대목씩 하기도 한다. 이번 작품을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마음으로 보약도 먹고 있지만 저는 판을 벌리면 신이나는 재인(才人)이기에 현장에서 연기할 때 가장 역동적이다"라고 마했다.
이순재는 이번 작품에서 예술감독으로서 극의 전체적인 방향과 흐름에 대해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 이순재는 "이번 작품의 핵심은 '원전에 충실하기'다"라며 몇 차례고 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의 핵심은 '대사'라며 각색과 연출을 최소화하고 겸손하게 셰익스피어가 써내려간 대사를 가장 정확하게 구사하고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다. 변형된 버전은 이미 수없이 나왔는데 이번에 그럴 필요가 없지 않겠나 생각했다. 대사 한 마디라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 연극에는 이순재 배우와 함께 서울대학교 극예술동문 주축으로 설립된 관악극회에서 지난 10년간 함께 활동해온 후배 연기자들과 이순재 배우를 존경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하게 된 소유진, 유태웅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둘째 딸 리건 역에는 오정연 전 아나운서, 셋째 딸 코딜리아와 광대 역에는 배우 이연희가 캐스팅 됐다. 이들에게는 이번 무대가 연극 첫 데뷔 무대다.
이현우 연출은 "모두 오디션을 거쳐 캐스팅했다"며 "오정연씨는 관악극회의 멤버이기도 한데 오디션 과정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기에 캐스팅했다. 리딩이 정확하고 연습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해 가는 모습을 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출은 "저희가 이번 작품에서 코델리아와 광대를 한 번에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찾기 위해 고심햇는데 고결하고 잔다르크와 같은 성스러움과 강인함이 있는 공주 코델리아의 이미지와 또 광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우로 이연희씨를 만나게 됐고 진정성과 각오를 확인해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순재 배우는 이 작품을 지금 이 시기에 올리게 된 의미에 대해 "사람들이 이 작품을 두고 정치나 권력을 깊이 다뤘다 하지만 생각보다 이 작품에 정치적인 행위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면서도 "핵심은 절대 권력자가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지면서 깨닫게 되는 진리다. 백성들의 상황을 알지 못하고 군림했던 통치자의 모순을 자탄한다.
셰익스피어도 귀족이 아니라 평민으로서 하층민의 생활을 알았고 그에 연민을 갖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작품에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결국 리더는 자기 위치에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제일 밑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함께 안고가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주장하는 것 같다. 그러한 메시지가 작품 마디마디에 있다"고 말했다.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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