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민족 동요 '반달'을 쓴 윤극영 선생이 1969년 7월 21일 세종로 구석진 다방에서 TV를 지켜봤습니다.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다들 환호했지만 선생만은 쓸쓸했습니다.
"달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 돼버렸다"며 그 자리에서 동시를 써내려 갔습니다. "옥토끼들이 떡방아를 찧고 있는 달나라를 찾아갔더래요. 그런데 웬일입니까. 떡이란 하나도 없고 바윗돌 천지"
그 시각 '반달 할아버지' 보다 쓸쓸한 남자가 달나라 위에 떠 있었습니다. 아폴로 11호 조종사 마이클 콜린스였습니다. 그는 달에 내린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돌아오기까지 궤도를 돌았습니다. 달 뒷면으로 들어간 48분 동안 모든 교신이 끊기자 뼈저린 절대 고독을 써내려 갔습니다.
"완벽히 혼자다. 오로지 신만이 아는…"
'아담 이래 가장 고독했던 남자' 콜린스가 저 광활한 우주 속으로 떠났습니다. 달에서는 조연이었지만 돌아온 뒤 그의 삶은 열정적이고 풍요로웠습니다. 빼어난 문학적 감성과 필치로 '우주의 시인-철학자' 라는 이름을 얻었습니다.
그의 저서는 우주탐사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기록문학의 백미로 꼽힙니다. 화성 연구로 학문의 깊이를 더해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고, NASA에서 은퇴한 뒤 국무부 차관보와 항공우주박물관장을 지냈습니다. 유족은 그가 "삶의 도전적 과제에 늘 품위와 겸손으로 맞섰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영웅 암스트롱은 세상의 시선에 치여 만년에 숨어살다시피 하다 9년 전 떠났습니다. 올드린은 2인자라는 열등감을 벗지 못한 채 방황하다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삶과 운명이란 등수로 매길 일이 아닌 듯합니다.
당장 우리 곁에는 일흔 중반에 빛을 발하는 윤여정씨가 있습니다. 그는 "너무 일등, 최고만 말하지 말고 우리 모두 '최중'이 돼 같이 살자"고 합니다.
이해인 수녀는 "한데 어우러져야 빛이 되고 소리가 되는" 안개꽃을 노래했습니다.
"장미나 카네이션을 조용히 받쳐주는 기쁨의 별 무더기. 남을 위하여 자신의 목마름은 숨길 줄도 아는 하얀 겸손" 자신을 초대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미안해 할까 봐 신도들의 식사 초대 조차도 응하지 않았다는 정진석 추기경의 청빈한 삶은 또 어떻습니까?
세상이 온통 잘 났다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그렇게라도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정글이 되어버린 세상이 서글퍼지기도 하고요… 품격, 겸손, 온유, 열정, 끈기, 진심… 이제는 다 사라져버린 듯한 이런 삶의 덕목들을 그래도 가끔씩은 깨우쳐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4월이 내내 쓸쓸하진 않았습니다.
4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삶이란'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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