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과학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자세히 이해하는 일이다. 그러나 뇌는 수십억 개의 촘촘하게 혼합된 뉴런들로 구성돼 있어, 이를 시각화하고 매핑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뇌의 구조와 조직을 완전히 이해한다면 장기 난치성 뇌질환의 치료 경로를 발견하는 등 뇌과학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해양 생물학연구소(MBL)가 이끄는 5개 연구기관의 다학제간 연구팀이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을 대상으로 신경섬유망 혹은 신경망(neuropil)이라는 기본적인 뇌 조직 기관의 구조와, 이 신경망이 조합되는 발달 경로를 처음으로 밝혀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24일 자에 발표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MBL 펠로우 다니엘 콜론-라모스(Daniel Colón-Ramos) 예일대 의대 교수는 “신경망은 벌레에서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많은 다양한 유형의 뇌에서 볼 수 있는 조직 수준의 기관(tissue-level organization)”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신경망은 마치 수많은 국수 가닥들이 얽혀 있는 스파게티 같아 그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수백 개의 뉴런들이 겹쳐 있으면서 서로 접촉하고, 뇌의 서로 다른 부분들을 통해 혼합되면서 수천 가지의 선택을 한다는 것.
콜론-라모스 교수는 “이번 논문에서는 신경망 조직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도 덧붙였다”고 밝혔다.
예쁜꼬마선충의 신경 고리 뉴로필 연구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예쁜꼬마선충의 중앙처리장치 역할을 하는 181개의 뉴런이 얽혀 있는 다발인 신경 고리(nerve ring) 뉴로필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네트워크 분석과 이미징 전략을 혁신적으로 결합해 신경 고리가 네 개의 층 혹은 층상(strata)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층상들은 감각 정보와 움직이는 행동을 처리하기 위한 별개의 영역을 포함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예쁜꼬마선충의 감각 기관과 근육 사분면을 관련 층에 매핑했다. 이와 함께 계층 전체에 걸쳐 정보를 통합하고 계층 주위에 일종의 ‘우리(cage)’를 만드는 고유한 뉴런들을 발견했다.
이어 마지막으로 ‘국립 생의학 이미징 및 생물공학연구소(NIBIB)’의 MBL 펠로우인 하리 슈로프(Hari Shroff) 박사와 아브히셱 쿠마르(Abhishek Kumar) MBL 연구원이 개발한 고해상도 광시트 형광 현미경(diSPIM)을 사용해 발달 중인 예쁜꼬마선충 배아에서 층 구조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논문 제1저자인 예일대의대 신경과학부 마크 모일(Mark Moyle) 박사후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협업이 잘 안되는 전산생물학과 발달생물학 두 분야가 결합한 패러다임 시프트의 소산”이라며, “전산 접근법을 사용해 뉴로필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지식을 바탕으로 해당 구조의 올바른 조합으로 이어지는 발달과정을 식별해 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저자들은 이 접근법이 다른 동물들의 뇌 신경망 조직을 이해할 수 있는 청사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시의 건물에서 자치구까지
예쁜꼬마선충은 모든 동물 중에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는 신경계를 가지고 있다. 30여 년 전 존 화이트(John White)와 시드니 브레너(Sydney Brenner) 박사팀은 302개의 뉴런과 이 뉴런들 사이의 약 7,000개 시냅스 연결 배선 다이아그램인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connectome)’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선구적인 연구 이후 예쁜꼬마선충의 거의 모든 뉴런은 모양과 기능적 범주, 소속된 신경회로와 발달 세포 계통 등이 특징에 따라 분류됐다.
그러나 누락된 것이 있었다. 이런 세포들과 신경회로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간적으로 어떻게 통합되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그림이 그것이다.
콜론-라모스 교수팀은 신경 고리에 있는 181개 뉴런 사이의 모든 막 접촉에 대해 발표된 자료들을 분석했다. 그런 다음 새로운 네트워크 분석을 적용해 접촉 프로필을 기반으로 세포들을 ‘이웃들(neighborhoods)’로 그룹화했다. 마치 페이스북이 사람들의 공통 연락처를 기반으로 친구 추천에 사용하는 알고리즘과 유사한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신경망의 계층 구조가 드러났고, 연구팀은 기능 회로의 맥락에서 세포 대 세포 사이의 상호작용과, 상위 신경망 구조에서의 기능 회로를 이해할 수 있었다([동영상 1] 참조).
콜론-라모스 교수는 “그 구조를 보면 동물들의 행동에 대한 모든 지식들이 뇌 구조에 그 원천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마찬가지로 뉴욕의 이스트사이드와 웨스트사이드, 브루클린과 퀸즈에 대한 각개의 지식을 갖는 것보다 전체 구조를 보면 도시 전체가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더욱 잘 알게 되고 이웃 지역 간의 관계를 이해하게 된다”고 비유를 들었다.
따라서 이제는 “’이 행동들이 근육으로 들어가는 직접적인 회로이기 때문에 반사와 같다’든가, ‘이것이 운동 프로그램의 다른 부분들과 연결되는 방법’이라고 설명할 수 있게 됐다”며, “구조가 있으면 정보가 어떻게 처리되고 분할돼 행동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한 새로운 모델을 생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경 고리 발생과 발달을 재구성
뇌는 하나의 배아세포 분열로부터 시작해 완전한 기관으로 종결되는 발달의 산물이다.
콜론-라모스 교수는 “우리의 다음 질문은, 어떻게 층 구조 형성을 지시할 수 있는가? 이런 모든 결정이 어떻게 수백 개 세포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조직화된 층들로 생성되는가? 이런 결정들은 시간과 공간을 통해 어떻게 조정되는가? 하는 점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계층 구조는 뇌가 조직되는 기본 단위로 망막도 하나의 층이고 피질도 층”이라며, “우리가 예쁜꼬마선충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다른 척추동물들의 기관들에서도 예를 들면 눈 같은 층들의 발달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분 연구는 콜론-라모스 교수와 모일 연구원이 MBL에서 현미경 개발자인 슈로프 및 쿠마르 박사와 협력하기 시작한 2014년에 시작됐다.
슈로프 박사는 “우리는 시간의 도구보다 더 나은 공간적, 시간적 해상도로 배아를 볼 수 있는 현미경(the diSPIM) 제작부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이어 슬로언 캐터링 연구소의 논문 공동저자인 지롱 바오(Zhirong Bao) 박사가 개발한 계보 접근법을 사용해 예쁜꼬마선충 배아의 모든 세포를 식별해 냈다. 이 결과는 WormGUIDES.org에 분류돼 있다. 슈로프 박사는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었으나 수행해야 할 중요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어려운 협업 통해 성과 일궈내
연구팀은 MBL에서 수년 간 실험실을 함께 쓰면서 diSPIM 시스템을 수없이 조정하고 다른 매우 중요한 기술을 통합하며 많은 좌절을 겪기도 했으나, 예쁜꼬마선충의 신경망 발달 순서를 풀어내고 조직 계층화를 유도하는 원리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동영상 2] 참조).
콜론-라모스 교수는 “이 과업은 diSPIM을 활용해 장기적으로 촬영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기술 개발의 많은 변화들이 점진적으로 보였으나 실제로는 가능성을 크게 높여 이전에는 할 수 없었던 일을 수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종 우리가 필요로 하는 변화들은 서로 다른 어휘를 쓰는 두 분야에 떨어져 있다”고 말하고, “이를 일치시키기 위해 장기간의 집중적이고 철저한 대화가 필요했으며 이를 통해 MBL에서의 협력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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