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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바이럴 된 디지털 시대의 숨바꼭질 놀이 - MIT 테크놀로지 리뷰

10월 말 어느 저녁, 필자는 홍콩 공원의 한 나무 그늘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운 채 필자에게 걸어오는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 또 수시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면서 필자를 추격하는 수십 명의 사람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필자가 실제로 위험에 처해있던 것은 아니다. 필자는 악명 높은 구룡채성이 있던 자리에 조성된 약 4,000제곱미터 넓이의 공원에서 40명의 낯선 사람들과 숨바꼭질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다만 이것은 전형적인 숨바꼭질이 아닌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변형된 형태였다. 이 게임에서는 숨는 역할과 술래들 모두가 각자 자기 휴대전화의 지도를 보면서 실시간으로 위치를 추적해 서로를 쫓고 피했다.

중국에서 흔히 ‘고양이와 쥐 게임’이라고 불리는 이 게임은 올해 중국에서 바이럴이 되어 매주 전국에서 수천 명을 행사에 끌어들였다. 이 게임에는 어릴 적 했던 놀이, 다른 사람과의 대면 네트워킹, 최신 위치 공유 기술, 인터넷에서의 유행이 흥미롭게 조합되었다. 지난 2월 이 게임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나무에 오르고 하수구에 숨는 등 광란의 숨바꼭질을 하는 플레이어들의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매 대회는 미리 정해진 장소에서 열리는데, 큰 도시의 공원인 경우가 많다. 수십 명의 참가자들은 중국의 구글 지도 격인 에이맵(Amap)에 있는 그룹에 가입해 실시간 위치 정보를 공유한다. 이들 가운데 ‘쥐’ 역할로 지정된 90%는 주어진 5분의 시간 동안 뛰어다니며 숨는다. 그런 다음에는 나머지 참가자인 ‘고양이’들이 위치 공유 어플의 도움을 받아 쥐를 뒤쫓는다. 게임 참가자들은 다른 일반인들과 구분할 수 있게 네온 팔찌를 착용한다. 쥐들은 한번 잡히고 나면 팀을 바꿔 고양이에 합류하기 때문에 게임은 갈수록 살아남은 쥐들에게 불리해진다.

지난달 필자는 홍콩으로 짧은 여행을 갔다가 두 번의 게임에 참가했다. 두 번 모두 약 40명이 참가해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게임이었다. 첫 번째 공원은 부지가 넓고 인원이 적은 덕에 주로 뛰고 쫓기에 좋았다. 두 번째 공원은 붐비고 작은 곳이어서 행인들 사이로 숨어들기에 유리했다.

주로 실내 활동을 즐기는 사람으로서 필자가 단체로 하는 신체 활동을 늘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두 번의 경험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위치 공유 기능이 추가된 어린이들의 놀이는 마치 포켓몬 GO 게임의 상호작용성을 한층 개선한 버전 같았다. 참가자들이 어디 있는지 고양이들이 항상 주시하기 때문에 쥐들은 게임이 진행되는 내내 한 곳에 숨어 있을 수 없었다. 필자도 창의적인 탈출 계획을 짜야만 했다. 그리고 이내 반짝이는 네온 팔찌를 숨기고, 천연덕스럽게 조깅하는 행인인 척하거나 휴대전화를 너무 자주 확인하지 않으려 하는 등 여러 가지 속임수들이 쥐로 살아남기에 필수적임을 터득했다.

앱으로 모든 사람의 위치를 지켜보는 경험 자체만으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공원에는 수십 마라의 작은 아바타들이 동시에 떠돌아다녔고, 게임이 진행될수록 쥐보다 고양이의 수가 점차 더 많아졌다. 지연이나 버그도 많았지만, 이는 오히려 게임을 재미있고 어렵게 만들어 주는 요소였다. 필자는 주변에 고양이가 없는 것을 보고 안도했다가 위치 공유 지연 때문인지 몇 초 만에 갑자기 몇십 미터 다가온 고양이를 발견하고 당황했다.

필자는 처음 참가한 것 치고는 잘한 편이었다. 게임이 끝나기 바로 몇 분 전까지 고양이들의 틈바구니에서 몇 안 되는 쥐로 살아남았다. 두 번째 참가했을 때는 중반쯤 고양이가 되어 두 마리의 쥐를 잡았다.

물론 몇몇 사람들은 필자보다 훨씬 능숙했다. 필자가 두 번째로 참가했던 게임의 참가자였던 19세 대학생인 홍시제(Hong Shizhe)는 총 11마리의 쥐를 잡으며 ‘캣 킹’으로 등극했다. 홍시제는 “사람들이 운동과 재미를 둘 다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좋다”라고 말한다. 그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공유된 영상을 통해 이 게임을 처음 알게 되었고, 이후 홍콩과 중국 본토에서 여러 차례 게임에 참가해 왔다. 그가 참여했던 게임 중 가장 규모가 컸을 때는 140명 이상의 참가자가 있었다고 했다. 심지어 그는 반려견을 데리고 와서도 이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수많은 거짓말과 정치였다. 그는 “다른 초보 쥐들을 잡을 수 있게 도움을 받도록 일부 쥐들과 거래할 수 있다. 또 쥐인 척하고 말을 거는 방법도 있다”라고 말한다.

홍은 그동안 게임에서 만난 참가자 중 절반은 학생이었고 나머지 절반은 젊은 전문가들이었다고 했다. 원반던지기 게임인 얼티밋 프리스비와 과거 중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몇몇 다른 사회 활동들처럼, 고양이와 쥐 게임은 젊은이들이 서로 만나고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다. 필자가 홍콩에서 참가했던 두 게임에서도 많은 참가자들이 게임이 시작되기 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중 다수가 처음 홍콩을 방문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었다.

한편 게임을 조직하는 것도 사업이 되었다. 필자가 참가했던 두 번째 게임처럼 일부 게임에는 소정의 참가비(보통 약 1만 3,000원 미만)를 낸다. 이 경우는 캠핑 여행, 보드게임, 바비큐 파티와 같은 주간 활동을 조직하는 한 지역 단체가 주최한 것이었다.

평범한 지도 앱의 변화

고양이와 쥐 게임들은 대부분 알리바바가 소유한 에이맵 앱을 사용한다. 중국은 구글 서비스가 차단된 데다가 애플 사용자도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그 대안인 에이맵은 매일 1억 명 이상의 액티브 유저를 보유한 가장 인기 있는 지도 앱 중 하나다.

에이맵에서는 2017년쯤부터 소규모 그룹의 구성원들이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그룹의 규모가 최대 100명으로 확장되었다. 이 기능은 가족들이 서로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산에서 등산객들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는 목적으로 광고되었다.

마치 포켓몬 고의 엄청난 성공에 영감이라도 받은 것처럼 에이맵은 실시간 위치 공유 기능을 게임에 접목하는 실험을 했다. 이들은 알리바바의 전자 상거래 플랫폼뿐 아니라 중국의 몇몇 게임 스튜디오와 협력해 개인 또는 그룹 단위로 실시간 위치 추적 기능을 통합한 게임을 개발했다. 그러나 이 중 어느 것도 제대로 인기를 얻지 못했다. 올해 에이맵에서 고양이와 쥐 게임이 히트 치게 된 것은 거의 우연에 가깝다. 초창기 고양이와 쥐 게임 플레이어들은 위챗을 기반으로 플레이했는데, 참가자들이 점차 에이맵으로 넘어가면서 이 앱이 게임의 기본 설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필자는 이와 관련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에이맵 측은 이를 거절했다. 하지만 이들이 갑작스러운 인기를 인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9월부터 에이맵은 플레이어들의 요구에 부응해 몇 가지 신기능을 도입했다. 이제 사용자들은 앱에서 바로 ‘고양이와 쥐 게임 그룹’을 이용할 수 있으며 100명이 넘는 그룹을 만들 수도 있다. 심지어 여기에는 쥐와 고양이를 무작위로 배정하는 기능까지 있다. 또한 특수 규칙을 따로 설정할 수도 있고, 쥐였던 참가자가 잡힌 후에 수동으로 고양이 아바타로 바꾸었던 것을 이제는 자동으로 할 수 있다.

이 모든 기능은 있으면 좋지만 필수는 아닐 수 있다. 적어도 필자가 참여한 두 게임에서는 주최 측에서 가장 기본적인 그룹 위치 공유 기능만을 사용했다. 일부는 애초에 앱에 그룹 기능이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이것은 게임이 열렸던 장소 때문일 수도 있다. 중국 본토와 달리 홍콩에서는 구글 지도가 다른 앱보다 훨씬 더 많이 사용되고, 구글 지도에서는 두 사람 사이의 위치 공유 기능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주최 측이 모든 참가자에게 에이맵 사용법을 알려주고 설정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사용이 용이해 필자를 포함한 모두가 곧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필자는 사람들의 출퇴근 길을 안내하는 앱으로 게임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생각하며 잠시 넋을 잃고 감탄했다. 하지만 곧 그 생각을 이어갈 새도 없이, 다가오는 고양이를 피해 살아남기 위해 달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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