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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두 번' 핼리혜성, 지구 향한 38년 여행 시작…오늘 반환점 돌아 - 한겨레

해왕성 너머 53억km 거리서 태양쪽으로 유턴
1986년 출현 후 멀어져…2061년 7월 돌아와
1986년 3월8일 촬영한 핼리혜성. 76년 주기의 핼리혜성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혜성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1986년 3월8일 촬영한 핼리혜성. 76년 주기의 핼리혜성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혜성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평균 76년을 주기로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는 핼리혜성(1P/Halley)은 인류에게 가장 친숙한 혜성이다. 궤도 주기가 보통 수백년에 이르는 다른 혜성과 달리 평생 두번까지 볼 수 있는 유일한 혜성인데다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을 만큼 지구에 가까이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각국의 옛 문헌에도 관측 기록이 다수 남아 있다. 핼리혜성이 가장 최근에 지구 가까이 온 때는 1986년이었다. 이후로 다시 먼 우주여행에 나선 핼리혜성은 2003년 천체망원경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천문학자들은 유럽남부천문대의 거대망원경을 통해 42억km 거리에 있는 핼리혜성을 찾아냈다. 핼리혜성이 다시 근일점으로 돌아오는 때는 2061년 7월28일이다. 이때의 겉보기 밝기는 -0.3등급으로 +2.1등급이었던 1986년 때보다 관측 여건이 더 좋을 것으로 예상된다. 2061년에 80~90대 나이에 이르게 될 1960~70년대생의 상당수는 어린 시절에 보았던 핼리혜성을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핼리혜성은 9일 해왕성 너머 태양으로부터 53억km 지점에서 원일점을 지났다.
핼리혜성은 9일 해왕성 너머 태양으로부터 53억km 지점에서 원일점을 지났다.
아직은 천체망원경에도 안 잡히는 먼 거리 그 핼리혜성이 9일 궤도 주기의 반환점을 돈다. 76년 주기의 궤도에서 원일점, 즉 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에 도달하는 날이 이날이다. 이날 이후로 핼리혜성은 다시 방향을 태양 쪽으로 돌려 38년에 걸친 귀환 여행을 시작한다. 핼리혜성이 이번 주기에서 원일점에 도달하는 정확한 시간은 세계 표준시 기준 9일 오전 1시(한국시각 오전 10시)다. 이때 혜성의 위치는 태양으로부터 약 53억km 떨어져 있는 지점이다. 해왕성 궤도보다 7억6천만km 더 먼 곳이다. 현재의 궤도 이동 속도는 초속 0.91km(시속 3280km)다. 태양에 가까워질수록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진다. 겉보기 밝기가 35등급이어서 아직은 천체망원경으로도 관측할 수 없다. 망원경의 눈에 들어오려면 몇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1986년 유럽우주국의 지오토 탐사선이 촬영한 핼리혜성의 핵. 유럽우주국 제공
1986년 유럽우주국의 지오토 탐사선이 촬영한 핼리혜성의 핵. 유럽우주국 제공
300년 전 최초로 주기를 예측한 혜성 핼리혜성이란 이름은 영국의 천문학자 에드먼드 핼리가 옛 문헌의 기록을 토대로 1696년 처음으로 이 혜성의 주기성을 언급한 것이 계기가 됐다. 그의 예측대로 1758~1759년 혜성이 다시 나타난 이후 핼리혜성으로 불리게 됐다. 옛사람들은 느닷없이 밤하늘에 나타나는 혜성을 큰 변고가 일어날 전조로 생각했다. 그러나 핼리혜성을 통해 일정한 주기를 갖는 천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혜성은 점성술의 대상에서 과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면모를 일신하게 됐다. 핼리혜성의 명칭에 있는 ‘1P’는 이 혜성이 최초로 발견된 주기 혜성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주기가 200년이 안되는 단주기 혜성은 현재까지 472개가 알려져 있다.
조선 영조 재위 시기인 1759년 성변측후단자의 핼리혜성 관측 기록. “3월11일 신묘 밤 5경(~5시) 파루 이후에 혜성이 허수(虛宿) 별자리 영역에 보였다. 혜성이 이유(離瑜) 별자리 위에 있었는데 북극에서의 각거리는 116도였다. 혜성의 형태나 색깔은 어제와 같았다. 꼬리의 길이는 1척 5촌이 넘었다.”는 내용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조선 영조 재위 시기인 1759년 성변측후단자의 핼리혜성 관측 기록. “3월11일 신묘 밤 5경(~5시) 파루 이후에 혜성이 허수(虛宿) 별자리 영역에 보였다. 혜성이 이유(離瑜) 별자리 위에 있었는데 북극에서의 각거리는 116도였다. 혜성의 형태나 색깔은 어제와 같았다. 꼬리의 길이는 1척 5촌이 넘었다.”는 내용이다. 한국천문연구원 제공
조선시대 관측기록,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핼리가 예측한 1758~1759년의 핼리혜성은 조선에서도 상세한 관측 기록을 남겼다. 영조 재위 시절인 당시 천문기후 관측 기관인 관상감의 관측기록서 ‘성변측후단자’에는 35명의 관리가 25일간 핼리혜성을 관측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핼리혜성의 이동 경로, 위치, 밝기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성변(星變)이란 혜성과 같이 위치나 밝기가 변하는 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지난 3월 성변측후단자와 관련한 학술 발표회를 갖고, 핼리혜성을 포함한 혜성 관측 사료 3건의 유네스코(UNESCO)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일에 나섰다. 핼리혜성의 주기는 짧게는 74.42년(1835~1910), 길게는 79.25년(451~530)이다. 평균 궤도 둘레는 대략 122억km다. 혜성은 태양에 가까이 올수록 강한 태양 에너지로 인해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된 핵의 겉에 있는 물질을 잃어버린다. 핼리혜성(15kmx8km)과 같은 크기의 혜성은 1번 올 때마다 1~3m 두께의 물질을 잃는 것으로 추정한다. 따라서 나중엔 꼬리가 사라지고 암석 덩어리로 남거나 먼지가 되어 사라져 버릴 수도 있다. 과학자들은 태양 주위를 약 1000번 돌 때까지를 혜성의 수명으로 본다. 미 항공우주국은 “핼리혜성은 적어도 1만6000년 동안 지금의 궤도를 유지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그동안의 관찰 기록에서 뚜렷한 노화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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