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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모래폭풍, 동영상으로 구경할 날 오나…대용량 전송 ‘레이저 통신’ 성공 - 경향신문

달보다 40배 먼 우주에서 교신

근적외선으로 이뤄진 레이저 활용

정보 전달 용량, 전파 비해 ‘100배’

화성 등에서 동영상 전송 가능

대중 관심·연구 수준 높일 기술 기대

우주를 비행 중인 ‘프시케 탐사선’의 상상도. 최근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0배에 이르는 먼 우주를 날던 중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와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우주를 비행 중인 ‘프시케 탐사선’의 상상도. 최근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0배에 이르는 먼 우주를 날던 중 레이저를 이용해 지구와 통신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 내 헤일 망원경이 상부의 돔을 개방하고 관측 준비를 하는 모습. 최근 프시케 탐사선에서 날아온 레이저의 수신처 역할을 했다. 팔로마 천문대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팔로마 천문대 내 헤일 망원경이 상부의 돔을 개방하고 관측 준비를 하는 모습. 최근 프시케 탐사선에서 날아온 레이저의 수신처 역할을 했다. 팔로마 천문대 제공

#온갖 음악과 인간의 다양한 음성이 뒤섞인 소리가 지구에서 점점 멀어지며 우주를 향해 퍼진다. 소리는 달을 지나 화성과 목성, 토성 등을 거쳐 순식간에 태양계 밖을 벗어난다. 끊임없이 나아가던 소리는 기이한 형상을 띤 성운, 그리고 파랗고 노란 별들 사이를 비집고 날아가더니 결국 우리은하마저 벗어난다. 그렇게 소리는 끝을 알 수 없는 ‘우주 여행’을 계속한다.

이 장면은 저명한 천문학자이며 과학 대중화 운동가이기도 한 칼 세이건 박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미국 공상과학(SF)영화 <콘택트>의 도입부다. <콘택트>에서 묘사된 대로 지구에서 출발한 각종 소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우주로 퍼지고 있다.

이렇게 소리를 우주 멀리까지 실어 나르는 매개체는 ‘전파’다. 소리는 화물, 전파는 화물 기차인 셈이다. 인류에게 전파는 원거리, 특히 우주에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런데 최근 상황이 달라질 조짐이 나타났다. 전파가 아니라 ‘레이저’에 정보를 담아 전송하는 기술이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레이저는 전파보다 최대 100배 많은 정보를 옮길 수 있다. 이를 활용하면 지금은 정지 사진으로 볼 수 있는 화성 등 천체 모습을 대용량 동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심우주서 첫 레이저 통신

최근 미국 과학매체 스페이스닷컴 등은 미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지구에서 1600만㎞(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40배) 떨어진 먼 우주에서 발사된 레이저를 수신했다고 전했다.

근적외선으로 이뤄진 이 레이저의 발신자는 우주 비행 중인 ‘프시케 탐사선’이었다. 레이저는 NASA가 ‘과녁’으로 설정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마 천문대 소재 헤일 망원경 렌즈에 화살처럼 날아와 꽂혔다.

프시케 탐사선이 쏜 레이저는 지구에 있는 별도 연구시설에서 전송한 레이저를 받은 뒤 응신한 것이다. NASA에서 ‘심우주 광통신(DSOC)’이라고 부르는 레이저 기반 교신 시스템이 시험 작동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프시케 탐사선은 지난 10월 지구에서 발사됐다. 본래 임무는 ‘프시케’라는 이름의 소행성을 살피는 것이다. 그런데 우주에서 레이저에 정보를 담아 통신을 시도하는 임무도 부여받아 프시케에 가던 도중 실행에 성공했다.

레이저는 송신과 수신 거리가 멀어질수록 세기가 급격히 약해진다. 이 때문에 NASA는 레이저를 예민하게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센서를 개발해 팔로마 천문대와 프시케 탐사선에 설치했다.

레이저를 이용해 통신에 성공한 사례는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첫 시험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뤄진 수차례 시험은 모두 지구 궤도 또는 달에서만 시행됐다. 우주의 크기를 감안하면 방문을 열고 겨우 문지방을 넘은 것에 비유될 만큼 매우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 이번에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심우주’, 즉 달보다 먼 우주에서 레이저로 지구와 통신하는 시험에 성공한 것이다. 집 현관문을 열고 바깥 출입에 나선 것에 비견될 만하다.

정보 전송량 최대 100배

이미 인간은 전파로 각종 우주 탐사선과 통신하고 있다. 그런데도 굳이 레이저를 쓰려는 이유는 뭘까. 전파에 비해 레이저가 보낼 수 있는 정보량이 최대 100배 많기 때문이다. 근적외선 레이저가 전파보다 파장이 짧아 가능한 일이다. 기존 전파가 화물칸이 1량만 달린 단출한 기차라면, 레이저는 화물칸이 무려 100량 연결된 초대형 기차인 셈이다.

게다가 전파도 빛의 일종이어서 레이저처럼 초속 30만㎞로 이동한다. 100배 많은 정보를 같은 속도로 전송한다는 점에서 레이저가 전파보다 훨씬 우수하다는 뜻이다. 지구 안에서라면 기지국 등 각종 인프라 덕에 대용량 정보를 전파로도 어려움 없이 주고받을 수 있지만, 그런 인프라가 없는 우주에서는 레이저를 사용해 문제를 해결한 셈이다.

NASA는 설명자료를 통해 “레이저 통신을 쓰면 우주에서 촬영한 고화질 사진은 물론 비디오를 스트리밍 서비스 방식으로 지구에서 전송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이저 통신을 쓰면 천체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과학 자료 수집 수준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지금은 화성에서 모래폭풍이 부는 장면을 정지된 사진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레이저 통신을 쓰면 현장감이 살아 있는 동영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동영상이 인터넷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되면 화성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우주과학자들의 활용할 수 있는 연구자료 수준도 크게 올라가게 된다. 화성의 기상 변화 양상 등을 사실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NASA는 설명자료를 통해 “인류의 화성 정착을 위한 정보도 더 많이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NASA는 프시케 탐사선과 레이저로 통신하는 시험을 향후 2년 동안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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