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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2년만에 첫 소행성과 조우한다 - 한겨레

사상 첫 소행성 연쇄 탐사 우주선
1일 딘키네시 425km 근접 비행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 앞선 연습
2033년까지 10개 소행성 방문
소행성 딘키네시에 접근하는 루시 탐사선(상상도). 나사 제공
소행성 딘키네시에 접근하는 루시 탐사선(상상도). 나사 제공
목성 궤도를 도는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를 위해 2021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우주선 루시가 2년만에 소행성과 처음으로 조우한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에 따르면 루시는 11월1일 화성~목성 사이의 소행성대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1999 VD57)를 방문한다. 12년 동안 화성~목성 사이 소행성대와 목성 궤도에 있는 10개의 소행성을 탐사하는 루시가 처음으로 만나는 소행성이다. 루시 프로젝트는 12년에 걸친 장기 우주탐사이지만 대부분은 우주여행이며 실제로 탐사에 투여하는 시간은 다 합쳐봤자 24시간 정도다. 딘키네시는 소행성대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폭 700m의 천체로, 루시가 방문할 소행성 가운데 가장 작다. 사실 애초엔 방문 계획에 없던 소행성이었다. 그러나 루시가 가는 경로에서 불과 6만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면서 탐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료를 크게 들이지 않고도 근접비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눈 깜박할 사이에 최근접 거리를 통과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순간포착에 성공해야 한다. 루시는 이날 총알보다 6배 빠른 초속 4.5km의 상대속도로 이동하면서 소행성에 425km 거리까지 접근한다. 루시가 딘키네시를 지날 때쯤 태양은 딘키네시의 한쪽을 비춰 반달처럼 보인다. 루시가 딘키네시를 통과비행하는 방식은 주요 탐사 목표인 트로이 소행성군의 천체들을 지나갈 때와 같다. 따라서 이번 비행은 실전에 대비한 연습이라 할 수 있다.
11월1일 소행성대의 가장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를 근접통과할 때의 루시와 딘키네시(1999 VD57) 위치. 나사 제공
11월1일 소행성대의 가장 안쪽 가장자리에 있는 소행성 딘키네시를 근접통과할 때의 루시와 딘키네시(1999 VD57) 위치. 나사 제공
본격 탐사는 2027년 8월부터 나사는 애초 소행성대의 도널드요한슨이라는 소행성을 연습 대상으로 삼았었다. 도널드요한슨을 방문하는 때는 2025년 4월이다. 그러나 딘키네시 덕분에 실전 연습을 1년 반 정도 앞당겨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문제가 발견될 경우 소프트웨어를 조정할 수 있는 시간을 그만큼 더 확보한 셈이다.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는 2027년 8월에 시작된다. 유리바티즈(Eurybates), 팔리멜레(Polymele), 류쿠스(Leucus), 오루스(Orus) 및 파트로클루스(Patroclus) 5개 소행성을 차례로 통과할 예정이다. 그 중 3개는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파트로클루스의 위성은 크기가 비슷하고, 유리바티즈와 팔리멜레의 위성은 훨씬 작다. 소행성들의 이름은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 등장하는 영웅들이다. 루시는 이들 천체를 초속 6~9km의 속도로 지나치며 크기와 색상, 구성 물질, 회전 속도, 질량 등을 측정한다. 분석을 위해 루시에는 카메라, 온도계, 적외선 분광계가 탑재돼 있다. 12년 동안 루시가 여행하는 거리는 64억km에 이른다. 유리바티즈와 오루스가 탐사의 핵심이다. 두 소행성은 폭이 64㎞로 크기가 비슷하고 같은 궤도를 돌고 있지만 유리바티즈는 회색, 오루스는 붉은색이다. 같은 공간에 있는데도 무엇이 이런 차이를 가져왔는지 밝힐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목성의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 소행성군(상상도). 나사 제공
목성의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는 트로이 소행성군(상상도). 나사 제공
트로이 소행성군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트로이 소행성군’은 목성 앞뒤로 짝을 이뤄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7천여개의 천체들로 이뤄져 있다. 목성과 같은 궤도를 돌지만 소행성군과 목성의 거리는 3억7400만km다. 목성을 사이에 둔 두 소행성군 사이의 거리를 합치면 목성~태양의 거리와 비슷하다. 소행성군은 목성 앞과 뒤에서 60도 각도를 유지하며 목성 궤도를 돌고 있다. 소행성군이 이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목성과 태양의 중력이 이 지점에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위치를 ‘라그랑주 점’이라고 부른다. 루시란 이름은 1974년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320만년 전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화석의 애칭에서 따온 것이다. 나사는 “루시라는 이름에는 루시 화석이 인간 진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루시 우주선이 태양계 진화에 대해 뭔가를 알려줄 것이라는 희망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소행성 도널드요한슨은 루시 화석을 발견한 과학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루시의 12년 우주여행 경로. 나사 제공
루시의 12년 우주여행 경로. 나사 제공
과학자들은 이 소행성들이 46억년 전 태양계 안쪽에서 가스와 먼지들이 융합하며 지구를 비롯한 내행성들이 만들어지고 있을 시점에 태양계 최외곽에서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가설에 따르면 당시 목성과의 중력 상호작용으로 트로이 소행성들이 안쪽으로 끌려들어왔고, 이에 따라 이 소행성들은 외행성 형성 시스템에서 떨어져 나와 원시 상태 그대로 현재의 궤도를 따라 돌게 됐다. 과학자들은 따라서 이 소행성들이 태양계의 초기 역사와 지구 유기 물질의 기원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갖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볼더 콜로라도대의 행성과학자 캐시 올킨은 “트로이 소행성들은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벨트에 있는 것들과 매우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루시에 탑재된 타임캡슐 금속판. 나사 제공
루시에 탑재된 타임캡슐 금속판. 나사 제공
인류의 세번째 타임캡슐도 탑재 루시는 태양전지가 작동하는 한 공식 임무가 끝난 이후에도 트로이 소행성군과 지구 궤도 사이를 계속해서 왕복한다. 한 번 왕복에 걸리는 시간은 6년이다. 나사는 루시가 이런 식으로 적어도 수십만년 동안 우주여행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나사는 이 점에 착안해 먼 미래의 누군가가 루시를 발견하는 상황을 염두에 두고 네모판 형태의 타임캡슐을 루시에 실어 보냈다. 1973년 파이어니어 10호와 11호의 금속판, 1977년 보이저 1호와 2호의 골든 레코드에 이어 우주로 날려보낸 인류의 세번째 타임캡슐이다. 앞선 두차례의 타임캡슐은 외계인에게 보내는 메시지이지만, 루시의 타임캡슐을 열어볼 대상은 미래의 인류다. 우주선의 목적지가 태양계 밖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임캡슐에는 루시의 태양계와 루시의 이동 궤도를 그려놓은 그림과 저명 인사들의 메시지가 들어 있다. 나사는 이들로부터 먼 미래에 이 명판을 읽을 후손들에게 줄 조언의 말, 지혜의 말, 기쁨의 말, 영감의 말을 직접 받거나 기존의 발언 가운데 일부를 인용했다. 우주 타임캡슐에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들은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 노벨 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와 루이스 글뤼크,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칼 세이건, ‘루시’ 노래 원곡자인 비틀스 멤버들과 그룹 퀸의 기타리스트 겸 천문학자 브라이언 메이 등 19명이다. 금속판에는 루시 발사 예정일의 태양계 천체들의 위치를 표시하는 그림, 루시 탐사선의 예정된 이동 궤적도 표시돼 있다. 루시 프로젝트는 저비용 태양계 탐사 프로그램인 디스커버리의 13번째 임무로 2014년 시작됐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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