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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줄 알았던 우주, 사실은 온갖 소리로 '시끌시끌' - 경향신문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최복경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책임연구원

우리는 귀를 통해 외부의 소리를 듣는다. 소리는 기체인 공기, 액체인 물을 비롯해 여러 고체와 같은 ‘탄성매질’을 통해 전달된다. 아무 물질이 없는 텅 빈 공간에서는 소리가 전달될 수 없음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우주는 대부분이 텅 빈 공간으로 이뤄져 소리가 전달될 수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소립자들의 거대한 흐름인 태양풍처럼 소립자들이 우주에서 여러 방향으로 방사돼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립자들이 일종의 탄성매질 역할을 한다면 소리가 만들어지거나 전달될 수 있다.

소립자들의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진 소리가 소립자로 이뤄진 매질을 타고 지구까지 전달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구의 대기권 밖에서 소립자 집단이 대기권과 충돌하면 대기권이 진동을 일으켜 소리가 발생하면서 우리가 들을 수도 있다.

지구 외부에서는 우주탐사선을 이용해 태양풍의 소리를 듣기도 한다. 소립자 검출 센서에 들어오는 소립자의 충격을 소리로 바꾼 것이다. 우리가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로 변환해 신비한 소리를 느낄 수 있다. 초신성과 중성자별에서 오는 빛, 그리고 태양이나 태양계 행성에서 날아오는 전파 방출도 소리로 들을 수 있다.

이는 우주가 결코 적막하지 않다는 뜻이다. 단지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직접적인 소리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지, 검출기를 이용해 얼마든지 소리로 변환시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우주의 전파 진동을 소리로 변화시킴으로서 우주가 조용하지 않다는 점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전파도 소리와 마찬가지로 본질적으로는 파동이다. 근원은 다르지만, 진동 현상이라는 면에서는 성격이 같다. 우리는 청각이라는 센서로 오직 ‘매질 진동’만 듣게끔 진화해 왔다. 모든 파동 현상을 소리 진동으로 변환시킬 수 있으며, 우리가 원한다면 수면파의 물결 진동이나 대기의 오로라 진동도 모두 소리로 변화시켜 들을 수 있다. 물질 변화를 소리 진동으로 해석하는 기법이라 할 수 있다.

놀라운 것은 우주의 시초인 빅뱅에서 발생한 우주의 전파 배경 잡음, 즉 ‘우주 배경 복사’까지 소리로 변환해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최근에는 20대부터 시력을 잃은 음파 천체물리학자인 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연구소의 완다 디아즈 머시드 박사가 우주의 변화를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해 연구한 사례가 있다. ‘음성화(sonification)’ 기술을 적용시켜 보이지 않는 우주의 빛을 소리로 변환해 귀로 감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주는 더 이상 어둠의 세계도, 침묵의 세계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우주는 빛으로, 입자로, 파동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는 흥미롭고 다양한 우주의 소리를 제공하고 있으니 우리의 귀로 우주의 소리를 직접 느껴보자. 이제 우주는 청각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친근하고 실감 나는 대상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는 우주를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우리에게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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