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앗! 생명체 없는 행성이라고?…믿었던 '산소'의 배신 - 경향신문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2007년 3월 촬영한 목성 위성 ‘이오’의 화산 폭발 모습(빨간색 타원). 분출물이 320㎞ 높이까지 치솟았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이 최근 이런 화산 활동을 통해 외계 행성에서 산소가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NASA 제공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 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2007년 3월 촬영한 목성 위성 ‘이오’의 화산 폭발 모습(빨간색 타원). 분출물이 320㎞ 높이까지 치솟았다. 영국 스완지대 연구진이 최근 이런 화산 활동을 통해 외계 행성에서 산소가 생성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NASA 제공

#일군의 과학자들이 구석기 시대 인간이 그린 동굴벽화를 유심히 살핀다. 벽화 속에는 인간처럼 생겼지만, 키가 무척 큰 ‘미지의 존재’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고 있다. 손가락 끝에는 별 또는 행성의 배치를 그린 듯한 점들이 박혀 있다. 이런 그림은 유적 한 곳이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발견된다.

얼마 뒤 유적을 발굴했던 과학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함께 우주 탐사대를 꾸린다. 동굴벽화에 새겨진 천체 배치와 유사한 행성계를 찾아 현장 조사를 떠난 것이다. 목표로 한 행성에 도착한 탐사대원들은 이 행성에 살던 외계 생명체의 거주지로 진입한다. 그리고 감지기를 이용해 기체 조성을 살핀 뒤 곧바로 우주복의 헬멧을 벗는다. 이들은 외계 행성에 존재하는 신선한 산소를 마음껏 들이마신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2012년 개봉작 <프로메테우스>는 고등 문명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자신의 몸을 흉내내 인간을 창조했고, 인간이 이들을 찾아 떠난다는 상상에서 시작한다. 탐사대원들이 들이마신 산소는 그곳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강력한 증거다.

실제로도 과학계에선 산소가 있는 외계 행성은 ‘생명의 땅’일 가능성이 크다는 인식이 강하다. 지구가 가장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발사된 사상 최강 성능의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외계 행성의 대기 중에 산소 분자가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런데 최근 과학계에서 다른 견해가 나왔다. 외계 행성에서 산소가 발견됐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김칫국부터 마셔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식물 같은 생명체 없이도 산소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산소 존재 여부에만 매달려서는 외계 행성에서 생명체를 찾는 작업이 진전되기 어렵다는 시각이 제기된다.

■화산 활동에서 산소 ‘폴폴’
최근 스웨덴 예테보리대 연구진은 외계 행성에선 생명체가 없더라도 산소가 생길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스 어드밴스’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밝힌 산소의 기원은 화산 분출 때 지표 밖으로 나오는 이산화황이다. 화산 활동은 지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성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연구진은 별에서 방출되는 X선이나 감마선이 화산 활동으로 인해 대기에 나온 이산화황 분자의 성질을 변형시킨다는 점을 알아냈다. 이런 광선들이 이산화황 속 산소 원자를 흔들어 놓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황은 사라지고, 산소만 남는 일이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식물이 없는데도 대기 중에 산소가 녹아든다는 얘기다. 2015년 일본 연구진도 색소 물질의 일종인 ‘이산화티타늄’을 물과 상호 작용시키면 산소가 생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지구 대기 속 산소는 이렇게 형성되지 않았다. 산소가 지구 대기에서 급증한 건 약 24억년 전인데, 일등 공신은 ‘시아노박테리아’였다. 시아노박테리아는 크기가 수㎚(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수준인 물에 사는 미생물이다. 가장 큰 특징은 광합성을 한다는 점이다. 광합성은 산소를 만들어낸다. 시아노박테리아 덕분에 지금으로부터 6억년 전 대기 중 산소 비율은 10%까지 올라갔다. 그 뒤 식물이 바통을 넘겨받으며 지구가 산소의 행성이 된 것이다. 현재 지구의 대기 중 산소 비율은 21%이다. 하지만 지구가 이런 식으로 산소를 만들었다고 다른 행성에서도 꼭 그러라는 법은 없다는 게 연구진의 진단인 것이다.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크기는 수㎚(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수준이다. 지구에선 시아노박테리아가 활발히 활동한 24억년 전부터 산소가 크게 늘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제공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를 현미경으로 확대한 모습. 크기는 수㎚(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 수준이다. 지구에선 시아노박테리아가 활발히 활동한 24억년 전부터 산소가 크게 늘었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제공

■또 다른 ‘생명 기체’ 찾아야
화산 활동이 산소를 유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일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도 목격된다. 태양계 행성인 목성의 위성 ‘이오’다. 이오는 반지름이 1820㎞로, 달(1730㎞)과 덩치가 비슷하다.

하지만 이오는 달과는 결정적으로 다른 특징이 있다. 활화산이 400개 이상일 만큼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목성과 주변 위성들의 중력이 이오를 쥐어짜면서 땅이 요동치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이오 지표 밖으로 이산화황이 지속적으로 배출된다.

이런 이오의 대기에서는 약간의 산소가 검출된다. 이오에 광합성을 하는 생명체는 당연히 없다. 이산화황이 분해되면서 소량의 산소가 대기에 풀린 것으로 연구진은 봤다. 생명체에 적대적인 환경에서도 산소는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 분석을 종합하면 산소 유무에만 매달려서는 화산으로 가득 찬 외계 행성을 생명의 땅으로 오해할 수 있다. 향후 산소 외에 생명체 징후를 품은 또 다른 기체를 찾기 위한 과학계의 노력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Adblock test (Why?)

기사 및 더 읽기 ( 앗! 생명체 없는 행성이라고?…믿었던 '산소'의 배신 - 경향신문 )
https://ift.tt/qCWxQIw
과학/기술

Bagikan Berita Ini

0 Response to "앗! 생명체 없는 행성이라고?…믿었던 '산소'의 배신 - 경향신문"

Post a Comment

Powered by Blog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