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이어폰 시장의 주도권은 여전히 애플이나 삼성 같은 가전 및 IT 업체들에게 있지만 그렇다고 전통적인 오디오 메이커가 완전히 시장을 외면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주력 사업이 유선 기기라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도 생존 전략인 만큼 일반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하이파이 메이커들이 무선 이어폰을 내놨다는 소식이 가끔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말 헤폰과 이어폰으로 유명한 일본 파이널에서도 ZE3000 이라는 자체 모델을 선보여 주목을 받은 바 있는데 그 무선 이어폰이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오늘은 파이널 브랜드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셰에라자드로 부터 대여 받은 파이널 ZE3000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 TWS의 한계, 이렇게 극복했다.. Final ZE3000
파이널은 하이엔드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어폰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헤드폰 만큼은 하이엔드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된 브랜드로 인정 받고 있으며 그들의 제품 또한 그 가치와 성능, 음질에 만족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그런 파이널이 만든 무선 이어폰 ZE3000은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기본 드라이버 부터 새롭게 설계했다.
f-Core로 소개된 파이널의 무선 전용 드라이버는 진폭이 큰 작은 직경의 드라이버에서 발생하는 왜곡을 해결하고자 개발 됐다. 3dB 정도의 왜곡으로도 이퀄라이저 보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그 보다 더 정확한 주파수 특성을 갖도록 개발한 것이다. 이를 위해 드라이버의 다이어프램 소재 자체를 가벼우면서도 경도가 높은 특수 수지로 변경 했으며 다이어프램 주변 가장자리에도 매우 유연한 특수 실리콘을 사용했다.
이런 소재와 구조 변경 덕분에 파이널이 개발한 f-Core 드라이버는 9mm에 해당하는 다이어프램 영역을 6mm 드라이버로 만들어 냈으며 진폭량이 감소되면서 왜곡 현상도 감소한 것으로 소개됐다.
참고로, 왜곡 감소는 음의 미세한 구분과 잔향 증가, 공간의 폭을 더 정확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파이널 측 주장이다.
파이널은 무선 이어폰의 내부 압력 문제도 해결했다.
일반적인 무선 이어폰은 하우징 내부 공간이 좁고 음압이 높지만 이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통풍구를 만들지 않는다. 만든다 해도 구조적인 제약이 많아 이에 대한 노하우가 필요한데 파이널은 드라이버 후면에 울림통 공간을 만들어 두고 이 공간을 이어팁 연결 부분과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이것이 파이널이 자랑하는 f-Link 댐핑 메커니즘이며 이를 통해 과도한 저음 문제와 저음과 고음만 강조된 튜닝이 가지는 한계를 극복한 것으로 소개했다.
■ 음질과 착용감을 위한 선택
무선 이어폰의 음질은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과 관련있다. 물론, 전송된 오디오 데이터를 처리하고 재생하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전송 받는 오디오 데이터 자체의 품질이 좋아야만 더 나은 소리를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블루투스 기반의 무선 이어폰들은 그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SBC나 AAC 보다 나은 코덱을 요구 받고 있는데 다행히 파이널은 이에 대한 해법으로 aptX 어댑티브를 선택했다.
무선 이어폰에 관심 있는 소비자라면 한번은 들어 봤을 aptX 어댑티브는 이전 aptX 계열을 자동화 한 보다 진보된 개념으로, 연결되는 소스 기기에 맞춰 aptX나 aptX HD로 자동 전환되며 지연시간을 최소화 해 게임에서도 문제가 없는 aptX LL까지 한번에 지원할 수 있는 코덱이다.
음질은 24비트/96Khz까지가 최상이라 소니의 LDAC과도 비교되지만 아쉽게도 파이널에선 24비트/48Khz까지만 지원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파이널 ZE3000에 사용된 SOC는 퀄컴의 QCC3040으로, 이 칩은 24비트/96Khz까지 지원하기에 정확한 지원 사양은 확인이 좀 필요하다.
음질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착용감이다. 무선 이어폰의 착용감은 주로 무게에 따라 결정나는 경우가 많은데 아쉽게도 파이널에서는 ZE3000의 무게를 사양에 표기하지 않았다. 이어팁 크기도 5가지로 구분하고 귓속 압력이 착용감에 얼마나 중요한지도 설명하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무게는 소개하지 않고 있다.
사진도 타사 보다 커보이고 그래서 무게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0.1g 단위로 측정한 것은 아니지만 양쪽 유닛을 합쳐봐야 10g이 전부였다. 같은 저울로 애플 에어팟 프로와 삼성 버즈2를 측정하면 11g이 나온다. 둘 다 사용자가 많고 착용감이 문제로 지적된 바 없던 제품들이라서 파이널 ZE3000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실제 착용감도 보기보다 가벼웠으며 이전까지의 무선 이어폰들과 달리 귀에 닿는 접촉면이 적어 요즘처름 더운 날 착용하기엔 더 좋은 선택처럼 생각됐다. 아무래도 귀에 많이 밀착되는 구조는 그 만큼 땀이 많이 차게 마련이니 파이널 ZE3000 처럼 접촉면을 최소화 한 구조가 더 나은 선택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접촉면이 최소화 됐어도 무선 이어폰이 귀에서 쉽게 빠지거나 흔들리는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고 이어팁의 밀폐력도 적은 압력만으로 꽤 높은 수준이라 주면 소음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었다.
■ 울림과 깊이의 매력에 빠지다, 파이널 ZE3000
파이널 ZE3000의 음질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aptX 어댑티브를 지원하는 필자의 LG V60 ThinQ와 연결 시 일반 유선 이어폰과 구분이 어려울 만큼 일반적인 블루투스 이어폰에선 경험할 수 없는 선명하고 깨끗한 음질을 경험할 수 있었다.
블루투스 코덱을 aptX 어댑티브에서 SBC로 변경하면 음의 풍성함이 조금 사라지고 살짝 거칠어지지만 기본 톤 자체가 잘 튜닝된 탓에 코덱 차이가 크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aptX 계열로 연결하는 것이 음에 더 윤기가 살아나서 좋다.
파이널 ZE3000의 음색은 울림이 참 좋다.
보컬의 질감도 좋고 정위감이라 표현할 만큼 스테이지의 넓이나 악기들의 구분, 공간에 대한 느낌도 마치 헤드폰(밀폐형)으로 듣는 착각을 일으켜서 상당히 놀랐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울림이다.
진짜 ZE3000의 울림은 잔향의 끝을 마지막까지 느낄 수 있는 그런 정교함과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저음의 양감 자체가 풍성한 편은 아니라서 일반적인 팝이나 대중 장르에선 약간 심심할 수도 있지만 배경이 적막하면서 보컬과 다양한 악기가 조합된 째즈나 클래식 연주에서 그 진가가 발휘된다.
특히, 첼로 연주를 들으면 그 울림과 현의 질감에 감탄하게 되는데 가끔 헤드폰 테스트용으로 듣는 2CELLOS의 연주를 이렇게나 몰입하게 만든 건 무선 이어폰으론 이번이 처음이다. 그 만큼 울림과 질감에 대한 매력이 상당한 것이 파이널 ZE3000이다.
첼로 연주가 아닌 기타 연주가 메인인 팝이나 가요들도 이전까지 들었던 소리와는 다른 경험이 가능해 이런 음악들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매력을 느낄 것이다.
참고로, 스테이지의 넓이는 밀폐형 헤드폰과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그 정도로 넓은 건 아니다. 약간의 개방감이 느껴지는 무대에서 앞뒤 보다는 좌우 스테이지가 넓은 형태로 악기와 음의 구분이 매우 정확한 편이다.
■ SBC도 걱정 없는 지연 시간
요즘 무선 이어폰을 게임에 활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지연 시간 문제를 개선한 제품들이 나오고 있다. 파이널 ZE3000도 블루투스 오디오의 지연 시간 문제를 개선한 aptX LL을 지원하는 aptX 어댑티브를 탑재하고 있어 이에 대한 기대가 있을 텐데 결과부터 말하면 꽤 괜찮았다. 그것도 aptX LL이 아닌 SBC로 연결한 상태에서 말이다.
필자는 파이널 ZE3000을 PC에 연결하고 몇 가지 게임을 플레이 해봤다. 지연 시간에 가장 민감한 것이 FPS 장르라서 사이버펑크2077도 해봤는데 유선 만큼은 아니었지만 게임 플레이에 지장은 없는 수준이어서 놀랐었다.
SBC로 연결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면 aptX LL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라면 이 보다 더 지연 시간이 적을 텐데 어차피 음감에 최적화 된 제품이라 게이머에게 추천하진 않겠지만 음감과 게임을 동시에 만족하길 원한다면 괜찮은 선택일 수도 있다.
■ 하이파이에 다가선 무선 이어폰, 파이널 ZE3000
파이널은 하이파이를 추구하는 브랜드다. 이미 헤드폰과 이어폰 시장에선 그들의 목표를 달성했고 이제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그들이 추구하는 사운드를 들려주려고 한다.
그 첫번째 제품인 파이널 ZE3000은 그들이 추구하는 소리가 어떤 것인가를 잘 담아낸 제품이다.
하이파이 헤드폰에서나 경험할 수 있던 음의 정확성과 명확한 분리도 그리고 거리감은 기본이고 정교한 저음 재생을 통한 울림과 깊이에 놀라게 만드는 것이 파이널 ZE3000의 매력이다. 음감 하나 만큼은 검증된 브랜드에 검증된 소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NC가 기본이 된 지금의 무선 이어폰 시장에서 음감 하나만으로 대중성을 인정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소리라도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브랜드고 ZE3000 만의 매력 보다 기능과 가격을 우선시 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전략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최소한 파이널 ZE3000 전용 앱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추후 펌웨어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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