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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탐사기술”… 성공 땐 세계 7번째 달 궤도선 개발국 [심층기획-한국 최초 달 탐사선 '다누리'] - 세계일보

8월 3일 美 우주군 기지서 발사 예정
시스템 점검·극성시험 등 거쳐 준비중
2단 구성 ‘팰컨9’ 발사체 실려 우주로
이동 거리 멀지만 BLT 궤적 사용 접근

美 유인탐사 관련 탑재체 ‘섀도캠’ 실려
나사 ‘심우주네트워크 안테나’도 지원
항우연과 명령전송 등 다각도서 협력
“한·미 협력 자체만으로도 뜻깊은 일”

“다누리는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지구 중력을 벗어나 달로 향하는 탐사선으로, 대한민국의 과학기술 발전을 보여주는 중요 지표입니다. 다누리가 임무에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달 궤도선을 개발한 국가가 되며, 특히 지난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위성기술’과 ‘발사체 기술’을 동시에 갖춘 성과에 더해 ‘우주탐사 기술’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명실상부한 세계 7대 우주 강국이 될 것입니다.”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다음달 초 발사될 예정인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KPLO, Korea Pathfinder Lunar Orbiter)가 갖는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현재 달 궤도선 개발에 성공한 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유럽, 인도, 일본뿐이다.

국내 첫 달탐사선 '다누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다음달 3일 우주로 떠나는 한국 첫 달 탐사선 ‘다누리’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다누리는 한국시각 8월3일 오전 8시20분(미국 동부시각 2일 오후 7시20분) 미국 플로리다의 케이프커내버럴 미 우주군 기지 40번 발사대(Complex-40)에서 발사될 예정이다. 다누리는 지난 5일 특수컨테이너에 실려 항우연을 떠난 뒤 태평양을 건너 같은 달 7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 도착했다. 이후 시스템 점검, 추진제 극성시험, S밴드 통신시험 등을 거쳤다.

발사 열흘 전인 지난 23일부터 발사대 이동을 앞두고 본격적인 마무리 작업이 이뤄진다. 개발진은 다누리의 최종 형상을 확인하고 페어링 모듈에 탑재한 뒤, 페어링 모듈을 다시 발사체와 결합한다. 발사 전날에는 모든 준비를 마치고 발사체를 발사대에 세운다. 발사 예비 기간은 오는 31일부터 9월9일까지다. 40번 발사대는 2007년부터 스페이스X가 팰컨9 발사용으로 임대해 사용 중인 곳이다. 여러 변수를 대비해 예비발사장으로 39A가 선정돼 있다. 다누리를 싣고 떠나는 팰컨9 발사체는 총 2단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중 1단은 재사용 기술이 적용됐다.

◆멀리 돌아 달 접근하는 ‘탄도형 달 전이방식’

항우연은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협력해 다누리가 발사 이후 ‘탄도형 달 전이방식’(Ballistic Lunar Transfer·BLT) 궤적을 따라 이동하도록 항행 및 통신 관제를 할 예정이다. BLT 궤적은 다른 궤적에 비해 이동거리가 길지만, 연료를 상당량 절감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는 약 38만㎞인데, 다누리는 발사 후 최대 156만㎞까지 멀어졌다가 다시 달에 접근한다. 과거 달 탐사선 중 1990년 일본의 ‘히텐’과 2011년 미국의 ‘그레일’이 이런 궤적을 선택했다.

다누리호는 발사 과정에서 로켓에서 분리될 때 받은 추진력과 그에 따른 운동량에 힘입어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평형을 이루는 라그랑주 L1 지점(지구와 150만㎞ 거리) 근처까지 날아간다. 이 지점에서 태양과 지구의 중력을 활용해 지구 쪽으로 방향을 돌린 뒤,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속도를 내며 다시 돌아온다. 지구에 가까이 와서는 지구 주변을 공전 중인 달을 만나 다섯 번의 감속 기동을 거쳐 달 상공 100㎞ 궤도로 들어간다.

BLT 궤도에서 탐사선은 천체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과 운동량을 얻기 때문에 연료 소모량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임무 수행을 오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자체 추진력을 활용할 때보다 제어가 어렵고, 단 1도만 틀어져도 600㎞의 오차가 발생하므로 정밀하고 완벽한 항법 기술이 필요하다.

◆다누리 성공 위해 협력하는 NASA

매우 정밀하고 정확한 항법을 요구하는 BLT 방식을 항우연이 제대로 실행하도록 돕기 위해, 미 나사는 항행 운영에 협력하면서 다누리를 지속 추적할 수 있는 ‘심우주네트워크(DSN·Deep Space Network) 안테나’도 지원한다. 다누리는 국내에서는 경기도 여주에 설치된 심우주지상안테나, 국외에선 스페인마드리드와 LA 골드스톤의 심우주지상안테나와 교대로 통신한다. 비상시에는 나사의 호주 캔버라 안테나도 활용한다.

항우연은 달 궤도선 임무운영센터를 운영하며 심우주지상안테나와 나사의 심우주네트워크를 연동해 다누리 명령전송과 상태정보 수신, 궤도 결정 등을 수행할 계획이다.

나사가 돕는 것은 미국도 다누리의 성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누리에는 나사가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를 수행하기 위해 개발한 탑재체인 ‘섀도캠’(ShadowCam)이 실린다. 섀도캠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임무 실행 시 착륙 대상 후보지에 대한 기초 자료 확보 등의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어느 정도 우리 기술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귀중한 과학 탑재물을 실은 것”이라며 “한국과 미국이 국제 협력을 통해 함께 의미 있는 임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굉장히 뜻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다누리는 약 4개월 반의 항행 이후 달 궤도에 진입하면, 달 상공 100㎞에서 달의 극지방을 지나는 원 궤도를 그리며 1년간 임무 수행에 나선다. 첫 한 달 동안은 탑재체를 점검하고 본체의 기능을 확인하는 시험을 진행하며, 내년 2월부터는 임무궤도를 하루 12번씩 공전하며 정상 운영을 한다. 다누리는 달 관측 및 달 착륙 후보지 탐색, 달 과학연구(자기장, 방사선 관측 등), 우주인터넷 기술 검증 등 임무를 수행하고 안테나를 통해 관측 데이터를 송신한다.

안 교수는 “우주산업은 단계가 있어서 제일 아래가 지구와 우주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인 발사체, 그다음이 우주에 올라가서 지구를 관측하는 등의 일을 하는 위성, 그다음이 탐사인데 그 세 가지를 다 갖추게 된 것”이라며 “이제 탐사활동의 시작인데 달도 가고, 화성도 가고, 소행성도 가고, 여러 곳에 다 가야 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현지에서 다누리 발사 장면을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히면서 “정말 아무 일 없이 달 탐사선이 우주로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국민과 함께할 수 있는, 과학기술계 쾌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규·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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