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디저트류 비성수기에 물가도 인상…케이크 생산‧판매 중단
여론 눈치 덜 보이는 B2B 상품 인상 먼저, 자영업자 체감도↑
9월 금융지원 종료 시 도미노 폐업 우려도
최근 각종 식자재 물가가 치솟으면서 외식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원가 비중은 갈수록 높아지지만 그만큼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탓이다.
특히 밀가루, 설탕, 계란 등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이들 식자재 사용 비중이 높은 베이커리업계는 그야말로 죽을 맛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빵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최근 매대에서 케이크 상품을 전면 철수했다. 작년과 비교해 밀가루 등 주요 재료 가격이 많게는 50% 이상 뛰면서 더 이상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이 씨는 “작년 이맘때와 비교해 밀가루 한 포대(20㎏) 가격이 40% 넘게 올랐다. 계란, 우유, 설탕, 버터, 생크림까지 케이크에 들어가는 재료 중 오르지 않은 게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조각 케이크 하나 팔 때마다 나가는 포장 상자도 개당 400~500원 꼴로 오르다 보니 도저히 가격을 맞출 수가 없다”며 “동네 장산데 가격을 올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올 여름철 만이라도 케이크는 판매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통상 카페‧베이커리 업계는 여름철인 6~8월을 케이크 등 디저트류의 비성수기로 분류한다. 때문에 가짓 수를 줄이거나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데 올해는 식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아예 생산과 판매를 포기하는 매장이 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본사에서 대규모로 구입해 가맹점에 공급하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소규모 개인 빵집의 경우 물가인상에 따른 체감도가 높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하는 게 여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보통 식자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용량 B2B 상품의 경우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는 B2C 상품에 비해 가격 인상이 먼저 이뤄진다.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B2B 상품의 매출 비중이 큰 데다 가격 인상에 따른 여론 부담이 적은 B2B 상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식품기업 관계자는 “보통 가격인상을 할 때 B2B 상품을 먼저 올리고 B2C 상품은 가장 마지막에 올리는 게 어느 정도 관행처럼 돼 있다”면서 “특히나 요즘처럼 물가인상에 대한 부정 인식이 강한 시기에는 일반 소비자 상품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가격 인상 측면에서는 B2B 상품을 먼저 떠올릴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개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조각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받아서 쓰는데 작년보다 20%는 오른 것 같다”며 “받아서 쓰는 거나 생지를 사서 쓰는 거나 크게 차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엔 커피나 음료류만 팔아서는 단가를 맞추기 어렵다. 날이 더워지면서 디저트류 주문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속하고는 있지만 마음 같아선 디저트류를 다 빼고 싶은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외식업계 일각에서는 현 상황이 연말까지 이어질 경우 동네빵집 같은 소규모 업장들은 버티기가 어렵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프랜차이즈나 같은 동네빵집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결국 가격 경쟁력 뿐인데 원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경우 견뎌낼 사업자가 없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 2년 여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당한 빚이 누적된 상황인 만큼 사업 연장을 위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계속 오르는 상황인데 정부에서 코로나 대응차원으로 유예했던 대출 상환 등 각종 금융지원 조치가 오는 9월 종료되면 사실상 버텨낼 자영업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연말부터 도미노 폐업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최근 한국은행이 발간한 '202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자영업자 대출은 960조7000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보다 4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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