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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이 상전이고 벼슬"…'한 해 84회 촬영' 대학부터 주택가 소음까지 '몸살' - 데일리안

주거지역·학교에서 드라마·영화 촬영으로 민폐 빈번하게 발생

데일리안 조사, 서울의 주요 학교 촬영 횟수 보통 한 학기에 한 자릿수, 최대 12번

서울의 한 대학, 1년 84회 촬영으로 학생들 불만 고조 "수업시간에도 촬영…담배꽁초도 버려"

전문가 "학교 홍보 위해 촬영 이해하지만…학생들의 학습권 침해할 수 있는 만큼 사전 동의 구해야"

서울의 한 학교에서 지나친 학내 촬영장소 대관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서울의 한 학교에서 지나친 학내 촬영장소 대관으로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드라마나 영화 촬영을 이유로 거주 지역과 학교 환경을 해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서울의 한 대학에서는 한 해에 84회나 되는 촬영에 학생들의 원성이 자자했고, 밤늦게까지 계속되는 촬영 소음으로 주택가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 홍보 차원에서 하는 촬영을 이해하지만, 촬영 횟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은 학생들의 학습 공간과 면학 분위기를 해칠 수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넷플릭스의 한 드라마 촬영팀이 주택가에서 촬영 중 소음 발생과 뒤처리 등이 미흡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뭇매를 맞았다. 지난 달에도 한 드라마 촬영팀이 주민 거주지에서 동선을 가로막는 일이 발생해 "촬영팀이 벼슬이냐"는 비난을 받았다.

이 같은 촬영팀의 민폐는 대학교 안에서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데일리안이 서울의 주요 학교들의 촬영 횟수를 조사한 결과, 보통 한 학기에 한 자릿수였고 최대 12번의 촬영이 이뤄지는 학교도 있었다. 그러나 서울의 A대학교에서는 2021년 한 해 동안 무려 84번의 촬영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져 학생들의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A대학교 총학생회와 시설관제팀에 따르면 지난 해당 학교에서는 한해 동안 84번의 촬영이 이뤄졌다. 학교 측은 학교 대관이 학생들이 없는 19시 이후나 주말에만 이뤄진다고 주장했지만, 재학생들은 학생들로 학교가 붐비는 시간에도 촬영은 이어졌다고 반박했다. 심지어 촬영팀이 방문할 경우 교내 소음 발생과 흡연 문제마저 뒤따랐다.

A대학 신입생 22학번 B(20)씨는 "담배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학우들이 모여 있는 곳 옆에서 담배를 피우기도 했다"며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중에도 촬영 소음과 잦은 출입으로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촬영에 관한 통보를 해도 1~2일 전에 하는데,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공지를 해줘야 마땅하다"며 "촬영 횟수도 한 학기당 1~2번으로 제한을 했으면 좋겠다. 지난 주말에만 이틀 동안 4팀이나 왔다"고 비난했다.

같은 대학 20학번 C(22)씨는 "주말에 학교에 가면 두 번 중 하루 꼴로 촬영하고 있고, 예상치 못한 촬영팀이 등장해 당황할 때가 많다"며 "오히려 학생들이 눈치 보고 입구에서 기다리거나 다른 출입구로 돌아들어 가야 할 때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학교에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데 촬영팀은 개인이 조금씩 어긴다지만 여럿이서 모여서 행하면 학생들에게 크게 다가온다. 담배 불씨 때문에 화재 우려도 있다"며 "특히 최근에 교내에서 큰 시위가 있었는데, 이날도 촬영이 있다는 공지를 안 해주다가 하루 전에 공지해줬다"고 덧붙였다.

해당 학교 대관 업무를 맡고 있는 A대학 시설관재팀은 "촬영 횟수로 따지면 84번이지만 하루에 두 번 진행한 날도 있어서 실제로는 촬영한 날이 더 적다"며 "비대면 수업이 주를 이룰 때 촬영이 많았던 것이라 최소한 수업 시간은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강의하는 곳 외에 행정관이나 대강당 주변에서 촬영할 때가 많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학교 홍보를 위해 촬영 대관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촬영 전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한 학기에 많아 봐야 3~4번 촬영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만약 촬영을 자주 해야 하면 학생들이 없거나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에 촬영을 진행해야 하는데 80번이 넘어갔다는 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가리지 않고 촬영했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양 교수는 이어 "인기 연예인이 오면 명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학교 홍보도 되는 만큼 이런 차원에서는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방송 촬영이 한 학기에 몇 번이 적당한지, 학생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대학 홍보를 위해 촬영을 하거나 여유 공간이 있으면 촬영을 하는 것은 좋지만, 80회는 너무 과한 수치"라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학교는 기본적으로 학습을 위한 공간이고 수업은 학교가 아니면 할 수 없다 보니 학습공간 침해라고도 볼 수 있다"며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기 때문에 교내 촬영을 할 때 학생들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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