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 연방 공과대학의 안드레아 줄리아니 박사와 국제공동연구팀은 160여 개의 킴벌라이트를 분석함으로써 ‘약 5억 년 전 지구 생태계의 대변혁이 지구 깊숙한 맨틀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지구 내부의 작용이 화산폭발 등을 통해 지구 지표와 생태계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흔하지만, 거꾸로 지구 표면을 살아가는 생명이 지구 내부에 영향을 끼치는 일은 밝혀진 바가 거의 없기에 고무적인 연구라 할 수 있다. 연구결과는 3월 4일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 지를 통해 발표됐다.
킴벌라이트, 다이아몬드 때문이 아니라도 귀중한 자료
킴벌라이트는 다이아몬드의 모암으로서 마치 ‘암석계의 진주조개’와도 같다. 킴벌라이트라는 이름 또한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산지인 남아프리카 ‘킴벌리’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지질학자들에겐 귀중한 암석이다.
킴벌라이트는 감람암의 일종으로 깊숙한 곳의 마그마가 급격히 분출되면서 굳어져 만들어지는 화성암이다. 즉 지구 맨틀 깊숙한 곳의 정보를 전해주는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킴벌라이트가 탄소의 결정체인 다이아몬드를 품고 있다는 것은 지구 내부의 탄소에 대한 정보를 품고 있다는 의미이다. 많은 지질학자들이 지구 하부 맨틀 연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과 지구의 탄소순환이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사라는 점을 생각했을 때, 킴벌라이트는 중요한 정보원이라 할 수 있다.
161개의 킴벌라이트를 분석해보니… 5억 년 전 지구에 무슨 일이?
연구팀은 161개의 킴벌라이트에 대해 다방면의 분석을 진행했다. 그 중에서도 탄소 동위 원소 비율 측정 결과가 눈에 띄었는데, 2억 5천만 년 전을 기준으로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억 5천만 년 전보다 더 오래된 암석들은 대체로 맨틀의 평균 추정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나, 2억 5천만 년 전 이후로 만들어진 비교적 ‘어린’ 암석들은 탄소동위원소 비율에 두드러지게 낮았다. 2억 5천만 년 전을 기점으로 킴벌라이트의 화학성분에 일제히 변화가 일어날만한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의미다.
게다가 161개의 킴벌라이트는 남아프리카, 동부 및 서부 캐나다, 브라질, 호주 등 여러 나라와 대륙에 걸쳐 69개의 지역에서 채취한 샘플이다. 이는 킴벌라이트에, 그리고 킴벌라이트의 고향인 지구 맨틀에 일어난 변화가 일부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전 지구적인 변화였다는 의미이다.
지구라는 시스템 안에서 암석 또한 순환을 한다. 킴벌라이트 또한 과거 바다 아래에 쌓인 해저 퇴적물이 섭입대를 통해 해양지각과 함께 맨틀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가, 최소 2~3억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지구 표면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즉, 2억 5천만 년 전에 지표로 드러난 킴벌라이트 암석은 그보다 2~3억 년 전인 약 5억 년 전의 해양퇴적물이었다. 5억 년 전의 지구에서 일어난 대대적인 변화가 해양퇴적물에 기록되었고, 지구 맨틀의 화학적 조성을 변화시켰으며, 그 흔적으로서의 킴벌라이트가 2억 5천만 년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대체 5억 년 전의 지구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캄브리아기 대폭발’의 흔적, 지구 맨틀에 남았다
5억 4천만 년 전, 지구에는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있었다. 지구 역사로 보면 짧은 시간에 불과한 수천만 년의 시간 동안, 이전까지의 단순한 생물과는 한 차원 다른 복잡한 생물들이 대거 출현했으며 현존하는 대부분의 생물종이 이 시기에 출현했다.
이전과는 달리 이빨과 껍질, 비늘 등을 가진 생명체들의 흔적이 해저에 쌓이면서, 탄소 동위원소의 비율이 낮은 유기물이 대거 유입되었다. 그로 인해 해양퇴적물의 탄소동위원소비율이 전체적으로 낮아졌고, 이러한 변화가 해저를 넘어 맨틀 깊숙한 곳까지 바꿔놓은 것이다.
연구팀은 탄소와 관계없는 스트론튬과 하프늄 등의 원소도 분석함으로써 탄소와 마찬가지의 경향성을 띤다는 것을 보여 연구의 신뢰도를 높였다. 또한 킴벌라이트의 연령 및 역사 추정을 더욱 세밀하게 진행하여 킴벌라이트가 갖는 경향성이 캄브리아기 폭발 외에도 지구의 역사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음을 밝혔다. 후속연구에 대해서는 인이나 아연처럼 생명체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원소에 대한 조사를 언급했다.
또한 연구팀은 해양 퇴적물이 지구 맨틀 구성에 이렇듯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는 것에 의문을 표했다. 해양퇴적물이 지구 맨틀 하부까지 전달되는 양은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에 연구팀의 줄리아니 박사는 “지구 맨틀로 섭입된 암석 물질이 균일하게 퍼지지 않고, 특정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결과”라며 지구 맨틀 내부에 순환하는 경로가 존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더불어 ‘지구의 깊숙한 맨틀에서 나온 암석을 분석함으로써 지표의 탄소순환을 추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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