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 브리지머나이트
지구 중심과 맨틀의 경계는 통상 지구의 하부 맨틀과 액체로 이루어진 외핵 사이로 간주한다.
하층 맨틀은 지구 지표로부터 약 600~2,900㎞의 두께로 위치해 있는데, 경계의 윗부분에는 대부분 마그네슘 철 규산염((Mg,Fe) SiO3)의 고밀도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패로브스카이트(perovskite) 결정 구조를 갖는 광물 형태가 존재한다.
위 광물이 하층 맨틀에 존재한다고 가정했을 시 이는 자그마치 지구 전체 크기의 38%를 차지하게 되는 지구 상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광물은 고온·고압 환경의 환경에만 존재하고 지구의 지표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이 광물을 가지고 직접 실험해보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고온·고압 장비를 갖춘 실험실에서나 인공으로 합성하여 존재를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었다.
지구 행성에서 가장 보편적인 광물이 되어버린 이 광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름조차 없었다. 국제광물학협회(IMA)에 따르면, 자연에서 생성된 광물의 실제 표본이 확인되어야만 공식적으로 이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광물학자들은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운석이 지구의 대기권 진입으로 진입할 때 심한 충격이 일어나게 되며, 따라서 압력과 온도는 매우 높고 주변 환경의 노출이 매우 빠르기 때문에 붕괴반응이 일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지구 맨틀 내부와 비슷한 환경이 되리라 생각했다. 이를 근거로 지구에 떨어지게 되는 운석에 위 광물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다.
2014년 마침내 미국 네바다대학교 광물학자 올리버 차우너(Prof. Oliver Tschauner)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879년 호주에 떨어진 유성우 운석의 작은 조각에서 맨틀 광물의 화학식과 결정 구조가 같은 마그네슘-철-규산염((Mg,Fe)SiO3)을 광물을 발견하였고, 마침내 위 광물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지구에서 가장 풍부한 위 광물의 이름은 이제 브리지머나이트(bridgmanite)라고 불리는데, 이는 미국의 물리학이자 고압에서의 물질 특성 연구에 자신의 삶을 바친 퍼시 윌리엄스 브리지먼(Prof. Percy Williams Bridgman) 교수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다.
서서히 냉각되고 있는 지구 중심부, 얼마나 빨리 냉각되고 있을까?
대략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된 이후 표면 전체가 마그마의 바다로 뒤덮인 지구의 중심부는 서서히 냉각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구 깊숙이 들어갈 수 없기에 이 냉각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기 힘들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지구 내부에 있는 브리지머나이트 광물의 열전도율을 바탕으로 계산이 진행되어야 한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 (ETH Zurich)에서 지구과학 및 실험 광물 물리학 그룹을 이끄는 모토히코 무라카미 교수(Prof. Motohiko Murakami)팀을 비롯하여 독일, 미국, 및 일본 연구팀은 이 냉각이 얼마나 빨리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으며, 위 결과는 지난 1월 지구 및 행성 과학 레터(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에 실렸다.
연구팀은 광물 브리지마나이트를 실험실에서 직접 합성하였다. 이를 위하여 광물의 위상 전이, 원자 결합 및 회절 수준 그리고 결정 구조 등을 연구하기 위해서 시료를 극도로 높은 압력(최대 360GPa까지)까지 올려서 합성하는 다이아몬드 모루 세포를 이용하였는데, 위 기계를 이용하면 수백만 대기의 압력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를 통해서 지구 중심과 비슷한 조건을 재현할 수 있기에, 지구 내부에 존재할 수 있는 암석 샘플을 생성할 수 있으며 지구 내부의 조건과 비슷한 상태에서 모의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지구 내부의 열전달 과정이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왔는데, 연구팀의 결과에 따르면 브리지마나이트의 열전도율 값이 매우 과소평가되었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 위 광물의 열전도율 값은 그동안 예상했던 수치보다 1.5배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광물을 통한 열전달이 훨씬 더 효율적으로 진행되며, 궁극적으로 지구 냉각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지구 중심부의 냉각이 이전에 예측되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지구 핵으로부터의 열전달 현상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활발하며 열전달이 지구 핵 냉각에 큰 역할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가정을 뒷받침해주는 연구 결과이다. 위 결과에 따르면 열전달 과정이 중심에서 맨틀까지의 열 추출을 약 50% 향상하고 있으며 이는 지구 전체의 열 손실을 가속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지구가 더 빨리 식는다고 해도 현재의 국소적인 기후 위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행성 냉각은 대체로 10억 년 단위로 일어나는 반면, 현재의 지구 지표 가열은 10년 단위로 일어나고 있어서, 지구의 지표 가열이 압도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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