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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미지의 로켓'은 달에 어떤 상처를 입혔을까 - 한겨레

예상대로라면 어젯밤 달 뒷면 서쪽에 충돌
전문가들은 중국 창정 로켓 상단부로 추정
2주후 달궤도선 충돌 추정지 비행 때 확인
인공 우주쓰레기가 달 표면 충돌한 첫 사례
사진 중앙에 있는 거대한 원형 분지가 로켓이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헤르츠스프룽 충돌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사진 중앙에 있는 거대한 원형 분지가 로켓이 추락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헤르츠스프룽 충돌구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수년 동안 우주를 떠돌던 미지의 로켓 상단부는 예상대로 4일 밤(한국시각) 달 뒷면에 충돌했을까? 과학자들의 예상대로라면 3~4t 무게의 로켓 껍데기는 이날 오후 9시25분께 시속 9300㎞의 속도로 달 뒷면 ‘헤르츠스프룽’(Hertzsprung) 충돌구 내의 한 지점에 추락했다. 과학자들은 이 충격으로 달 표면에는 지름 10~30미터, 깊이 2~3미터의 충돌구가 형성되고 먼지가 수백km 밖까지 날아갔을 것으로 추정했다. 충돌 지역은 달 뒷면이었기 때문에 지상의 망원경으론 확인할 수 없었다. 또 달 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의 달정찰궤도선(LRO)이나 인도의 찬드라얀 2호도 다른 곳을 비행 중이어서 충돌 상황을 찍지 못했다.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그러나 2주 후 달정찰궤도선이 이 지역 상공을 비행할 예정이어서, 그때가 되면 로켓이 달 표면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달정찰궤도선(LRO) 촬영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달 뒷면. 나사 제공
달정찰궤도선(LRO) 촬영 사진을 합성해 완성한 달 뒷면. 나사 제공
2~3분에 한 번씩 공중제비 돌며 유랑
길이 12m, 지름 3m의 로켓 잔해는 그동안 2∼3분에 한 번씩 공중제비를 돌며 우주 유랑을 해왔다. 이날 로켓이 충돌했을 것으로 추정된 장소는 지구에서 달 서쪽 가장자리 바로 너머에 있는 헤르츠스프룽 충돌구 내의 평원이다. 과학자들이 그려본 충돌 직후 상황에 따르면, 일단 로켓이 달 표면에 충돌하면 충격파가 초당 수마일의 속도로 퍼져나가고, 수밀리초 안에 로켓 껍데기의 뒤쪽 끝은 사방으로 파편이 되어 흩어진다. 또 충격 에너지로 인해 뜨거워진 달 표면의 먼지와 암석이 백색 섬광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구쳐 오른다. 이어 분출된 물질은 몇분 뒤 연기가 자욱한 충돌구 주변 표면으로 비가 쏟아지듯 다시 낙하한다. 이런 일련의 현상은 2009년 나사가 달에서 물을 찾기 위해 로켓 상단부를 달 남극 표면에 충돌시켰던 엘크로스(LCROSS) 프로젝트 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것이다.
미 항공우주국의 달정찰궤도선(LRO)의 비행 상상도.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의 달정찰궤도선(LRO)의 비행 상상도. 나사 제공
달 충돌구 형성 방식 확인하는 기회
엘크로스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폴 헤인 콜로라도볼더대 교수(천체물리학)는 과학자미디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엘크로스 충돌구는 영구음영 지역어서 충돌지역에 묻혀 있는 얼음의 깊이를 알아내는 데 십년이나 고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연하게 이뤄진 이번 로켓 충돌 덕분에 과학자들은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형성된 달 충돌구를 환한 대낮에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고 반겼다. 달정찰궤도선이 2주 후 충돌지역 상공을 지나게 돼 있기 때문이다. 헤인 교수는 운이 좋으면 달궤도선 카메라가 1미터의 해상도로 충돌 지점의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진 속의 충돌구 모양과 먼지, 암석이 흩어진 방향을 보면 로켓이 어떻게 충돌했는지 알 수 있다.
2014년 10월23일 창어 5-T1호를 싣고 이륙하는 창정 3C/E 로켓.
2014년 10월23일 창어 5-T1호를 싣고 이륙하는 창정 3C/E 로켓.
실체 확인은 영원히 못할 수도
로켓의 달 충돌은 지난 1월 미국의 위성 추적 전문가 빌 그레이가 처음으로 예측해 공개함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처음엔 이 로켓이 2015년 2월 스페이스엑스가 심우주기후관측위성(DSCOVR)을 쏘아올린 팰컨9 로켓의 상단부(2단)라고 추정했다가, 나중엔 2014년 10월 중국이 달 탐사 실험우주선 ‘창어 5호-T1’을 싣고 날아 오른 창정3C 로켓의 상단부(3단)라고 수정했다. 그러나 중국은 자국의 로켓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중국은 “당시 발사된 로켓 상단부는 지구 대기로 들어와 완전히 불타 사라졌다”고 밝혔다. 스페이스엑스도 지금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우주군은 달에 충돌할 로켓이 어느 나라 것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달에 충돌할 이 우주쓰레기의 정확한 실체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러나 그레이는 좀 더 조심스러워지긴 했지만 여전히 중국 로켓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와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의 조너선 맥도웰도 그레이의 견해에 동의했다. 애리조나대 연구팀은 최근 분광기로 로켓의 반사빛을 분석한 결과 중국이 사용하는 페인트 유형과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달궤도선이 앞으로 로켓의 충돌 흔적을 발견하더라도 이미 산산조각이 난 뒤여서 로켓의 실체는 영원한 미스터리로 남을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로켓의 달 충돌이 사실로 확인되면 인공 우주쓰레기가 달에 충돌한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2009년 위성에서 로켓을 분리해 달에 충돌시키는 모습 상상도. 나사 제공
2009년 위성에서 로켓을 분리해 달에 충돌시키는 모습 상상도. 나사 제공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지구에서 더 가까운 저궤도를 돌고 있는 우주쓰레기들이다. 저궤도에선 수천개의 위성들이 있어 우주쓰레기와 충돌 가능성이 더 높다. 미 항공우주국은 야구공보다 큰 저궤도 우주쓰레기만 해도 2만60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것들은 충돌할 경우 위성을 파괴할 수 있다. 구슬보다 큰 50만개도 우주선이나 위성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소금 알갱이보다 큰 1억개 이상의 아주 작은 파편도 우주복을 뚫을 수 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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