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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 류구, 알고보니 '소멸된 혜성'이었다 - 한겨레

하야부사 2호 3억㎞ 여행 토양채취 분석
소행성대에서 얼음 증발한 혜성 잔해물
2018년 6월 하야부사 2호가 20㎞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류구. 위키미디어 코먼스
2018년 6월 하야부사 2호가 20㎞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류구.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본의 하야부사 2호가 탐사한 소행성 류구는 ‘소멸한 혜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류구는 주성분이 탄소인 C형 소행성으로 46억년 전 태양계가 만들어질 때의 암석 파편들이 우주에 그대로 남아 당시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주목받아 왔다. 이번 연구는 이런 기대와는 어긋난 것이다. 2014년 지구를 출발한 하야부사 2호는 3억㎞ 거리의 소행성 류구에서 암석 표본을 수집해 2020년 말 지구로 돌아왔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진은 하야부사 2호가 가져온 류구의 암석 표본과 근접 관측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류구는 소행성 충돌의 파편이 아니라 활동을 멈춘 혜성의 잔해물로 보인다고 국제학술지 ‘천체물리학 저널 레터스’에 발표했다. 암석 표본 분석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연구진은 하야부사 2호의 근접 관측 데이터를 통해 류구의 세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했다.
하야부사 2호가 가져온 류구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하야부사 2호가 가져온 류구 표본. 위키미디어 코먼스
관측 자료로 본 류구의 세 가지 특징
첫째, 류구는 하나의 거대한 암석 천체가 아니라 작은 암석들이 중력의 힘을 매개로 서로 합쳐진 돌무더기 구조의 천체였다. 표면에 구멍이 많이 나 있고 커다란 바위들이 돌출돼 있는 점 등이 이런 추정의 근거다. 과학자들은 커다란 소행성들이 충돌한 뒤 발생한 암석 파편들이 다시 합쳐진 결과로 풀이했다. 둘째,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팽이 모양으로 변형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지금의 류구 모양이 만들어지는 데 필요한 회전 주기는 3.5시간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셋째, 유기물 함유량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 매우 많았다. 탐사선이 관측한 지상과 지하 물질의 알베도(빛반사율)을 토대로 계산해 본 결과, 류구 표면은 면적 기준으로 유기물 함량이 60%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지구 운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탄소질 콘드라이트보다 유기물 함량이 훨씬 더 많다. 연구진은 세 가지 특징 가운데 특히 유기물 함량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는 류구 형성 기원에 관한 기존의 소행성 충돌 가설에 의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류구가 두개의 큰 소행성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 우주 파편들이 합쳐져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높은 유기물 함량은 이를 설명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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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유기물 함량은 혜성에서 기원
연구진은 이에 따라 대안으로 류구가 혜성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혜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매우 온도가 낮은 심우주에서 형성된 작은 천체로 주로 물 얼음과 암석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혜성이 우주를 떠돌다 어떤 이유로 인해 태양계 내부로 들어올 경우, 태양에 가까워지면서 태양 복사열로 인해 얼음이 증발하기 시작한다. 얼음이 증발하면 혜성의 핵이 작아지면서 회전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진은 혜성이 팽이 모양으로 바뀔 정도까지 회전 속도가 빨라졌으며, 얼음 속 유기물은 증발하지 않고 암석에 쌓이면서 류구에 유기물 함량이 많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얼음이 증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이로 인한 소행성의 회전 속도 증가를 계산하는 수학 모델을 만들고, 모의 실험을 통해 이 가설을 검증했다. 그 결과 최초의 혜성 크기는 반지름 1.2㎞였고 얼음이 모두 증발하는 데는 5만1천년이 걸렸으며, 증발 뒤 남은 천체의 반지름은 442미터라는 계산이 나왔다. 442미터는 지금의 류구 반지름(420미터)과 거의 같은 크기다. 연구진은 이를 토대로 류구가 수만년 동안 목성과 토성 부근, 또는 더 먼 우주에서 혜성으로 떠돌다 이후 소행성대로 이동해 얼음이 증발해 버린 ‘소멸된 혜성’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미 항공우주국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24㎞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베누. 위키미디어 코먼스
미 항공우주국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24㎞ 거리에서 촬영한 소행성 베누. 위키미디어 코먼스
소행성 베누도 같은 유형일 듯
연구진은 이런 천체를 ‘혜성-소행성 전이 천체’(CAT=comet–asteroid transition objects)로 명명했다. 연구를 이끈 미우라 히토시 박사는 “이 천체는 한때 활동적인 혜성이었지만 활동성이 사라지면서 소행성과 구별할 수 없게 된 작은 천체”라며 “두 천체의 유사성은 태양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는 류구뿐 아니라 유기물 함량이 높은 베누 소행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베누는 류구보다 작은 지름 500미터의 소행성이다. 미 항공우주국의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현재 베누의 암석 표본을 수집해 지구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 귀환 시점은 2023년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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