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오는 4일 달에 대형 우주쓰레기가 사상 처음으로 '우연히' 충돌한다. 인간이 만든 물체가 의도하지 않은 채 달에 추락하는 첫번째 사례다. 과학자들은 앞으로 달이 우주쓰레기 하치장이 될 우려가 있다며 국제협약을 체결해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우주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 등에 따르면, 4일 오후 9시25분(한국시간)쯤 달 후면 헤르츠스프룽 분화구에 4t 가량의 대형 우주쓰레기가 낙하해 20m 이상의 충돌구가 생길 전망이다. 이번 우주쓰레기의 달 충돌은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인공물체가 '우연히' 달의 중력에 휘말려 추락하는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달에 인공 물체가 추락하거나 착륙한 것은 1959년 옛 소련이 발사했던 달 탐사선 루나2호 이후 약 58건에 달한다. 그러나 모두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건이었다. 달 착륙 탐사를 위해서 또는 달 궤도에서의 임무를 마친 위성ㆍ탐사선들이 연료가 떨어지자 고의로 추락시킨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중국은 2020년 창어5호 착륙 탐사선을 보내 달 표면 탐사를 마친 후 수집한 샘플을 지구로 보내면서 수송 로켓을 달에 고의로 추락시켰었다. 과학적인 목적도 있다. 예컨대 미 항공우주국(NASA)이 1960년대부터 70년대 사이에 달 탐사 프로젝트인 '아폴로' 미션을 마친 후 사용했던 초대형 로켓 새턴V의 일부를 달에 충돌시킨 게 대표적 사례다. 로켓이 달 지표면에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지진파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 였다. 2009년에도 미국이 달 토양 속에 묻혀 있을 지 모르는 얼음의 존재 여부를 탐사하기 위해 고의로 탐사선을 달 남극 분화구에 충돌시켜 먼지 속에서 물 분자를 확인하는 성과를 올린 적도 있다.
그러나 이번처럼 7년 넘게 인공물체가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보다 훨씬 약한 달의 중력에 이끌려 충돌하게 된 사례는 처음이다. 과학자들은 지구와 달 사이의 궤도를 떠도는 우주쓰레기들의 문제를 걱정하고 있다. 유럽우주청(ESA)에 따르면 1957년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 발사 후 60여년간 지구 궤도에 발사된 인공 위성은 1만2000개에 달하며, 이중 5100개만 현재까지 작동 중이다. 또 10cm 이상 크기의 우주쓰레기가 초속 7km의 엄청난 속도로 3만6000개 이상 떠돌고 있다. 달 궤도는 이보다는 훨씬 깨끗한 편이긴 하다. 애리조나대 천문학과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약 150여개의 인공 물체가 달 궤도를 떠돌고 있으며, 이중 최소 90% 이상은 우주쓰레기로 추정되고 있다.
이 우주쓰레기의 정체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2014년 중국이 달 착륙 탐사 실험을 위해 발사했던 창어5호 T-1를 싣고 달 궤도로 향했던 창정3-C 로켓의 부스터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지난 21일 외교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이 대형우주쓰레기가 자신들이 버린 로켓 부스터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NASA나 민간 천문학자들은 확신하고 있다. 지난 1월 대형 우주쓰레기 충돌을 처음으로 예고한 미국의 천문학자 빌 그레이도 처음엔 이 것이 스페이스X가 2015년 미 해양대기국(NOAA)의 기후관측 위성을 쏠 때 사용했던 팰컨9 로켓이라고 추정했다가 NASA로부터 전혀 다른 관측 결과를 전달받은 후 2014년 발사됐던 중국의 창정3C호 로켓의 상단부라고 입장을 정정한 상태다. 당시 스페이스X의 로켓이 달 근처에 간 적이 없다는 NASA의 자료 때문이었다. 그는 미 우주군의 관측 결과를 보면 창정3C로켓의 잔해가 1년 후 대기권에 재진입해 불탄 것으로 추정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발사 초기 일부 데이터만 갖고 추정한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애리조나대 비슈누 레디 교수도 "광학 관측을 통해 이 우주쓰레기의 외형을 놓고 중국과 스페이스X의 로켓을 비교해보니 중국 로켓과 일치했다"면서 "현 시점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증거"라고 지난달 23일 스페이스뉴스에 말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 사이에선 달 궤도에 대한 감시 능력 확충과 국제 협약을 통한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미 우주군은 지구 정지 궤도, 즉 약 3만8500km 궤도까지만 우주 물체를 추적 중이며 달 궤도는 민간 천문학자들이 지상 천체망원경을 동원해 관측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호주 플린더스대 앨리스 고먼 교수는 네이처에 "현재 (대형우주쓰레기 달 충돌에 대한 ) 대중들에게 알려진 정보는 정부로부터 나온 얘기가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사람들이 우주 환경을 스스로 감시할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바람직하지만 신뢰도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홀거 크랙 ESA 국장도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달 충돌 사건은 우주에서의 포괄적 규제 체제의 필요성을 잘 설명해준다"면서 "지구 궤도에서의 인기 있는 궤도들 뿐만 아니라 달 궤도에서도 적용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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