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거리를 오가고 자동차가 도심을 달리던 미국 뉴욕시의 어느 평범한 날, 갑자기 하늘에서 커다란 돌덩어리들이 쏟아진다. 건물은 무너지고 지상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인다. 이 날벼락의 원인은 테러나 사고가 아닌 ‘유성우’였다. 과학자들은 정밀 관측 끝에 더 큰 문제가 닥쳐오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다. 텍사스주 크기의 대형 소행성이 18일 뒤 지구와 충돌할 것이라는 절망적인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소행성에 착륙해 폭파 임무를 수행할 특공대가 급히 조직되고, 이들에게는 인류 문명을 지켜야 한다는 임무가 주어진다. 1998년 개봉한 미국 영화 <아마겟돈> 얘기다.
이처럼 대형 소행성이 지구로 다가온다는 설정은 상상이 아니다. 언젠가는 현실이 될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일에 대비해 기술적인 방어 역량을 축적해 놓는 것이 현재 인류에게는 중요한 과제다. 지금까지 이런 연구는 대개 미국 등 우주 선진국이 주도했다.
소행성 탐사와 방어 임무에 국내 정부연구기관들이 손을 잡고 뛰어든다. 한국천문연구원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국방과학연구소와 함께 국내 첫 소행성 탐사 임무를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달 체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세 기관이 겨냥한 소행성은 2029년 4월14일 지구에 최근접할 ‘아포피스’다. 천문연구원은 이번 사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편광 카메라 등의 과학 탑재체를 제작한다. 항공우주연구원은 발사체와 탐사선 개발, 지상국 업무를 담당한다. 국방과학연구소는 아포피스 궤도에 탐사선을 직접 투입할 로켓인 4단 킥모터 개발에 참여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아포피스 소행성 근접탐사 사업’ 예비타당성조사를 기획재정부에 신청했으며, 통과 시 국내 기술로 만든 탐사선을 국내 발사체에 실어 아포피스 소행성 궤도에 투입해 독자적으로 탐사를 진행하게 된다.
아포피스는 서울 여의도 63빌딩(높이 250m)보다 덩치가 큰 지름 370m짜리 소행성이다. 2029년 4월14일 지구에서 3만1600㎞ 떨어진 지점까지 접근한다. 정지궤도 위성이 고도 3만6500㎞를 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이 한 장 차이’로 지구를 스치고 지나가는 셈이다. 지름 300m급 천체가 정지궤도 위성보다 지구에 가깝게 접근하는 일은 수천년에서 2만년에 한번꼴로 일어날 만큼 드물다.
탐사선의 중량은 534㎏이며 총 비행거리는 18억㎞에 이른다. 탐사선에는 ‘편광 카메라’라는 첨단 장비가 탑재된다. 이 장비로 지구와 소행성 사이에서 작용하는 중력으로 인해 아포피스의 지형 변화, 즉 산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는지를 세계 최초로 확인하게 된다. 이외에도 쓰러지는 팽이처럼 자전축이 회전하는 아포피스의 특징을 정밀 분석하는 데에도 나선다.
아포피스 탐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건 ‘지구 방위’ 임무다. 과학계에선 향후 100년 안에 아포피스가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지만, 마냥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 2029년 4월 아포피스가 지구에 다가왔다가 멀어지는 과정에서 지구 중력에 의해 예상치 못한 궤도 변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포피스는 수년에서 수십년 주기로 지구에 바짝 접근하는데, 추적 감시가 필요한 것이다.
과학계에선 만약 아포피스가 언젠가 지구에 충돌한다면 대륙 하나를 초토화시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국내 정부연구기관들의 탐사가 지구방위를 위한 자료로서 중요한 의미를 띠는 이유다. 이렇게 축적된 자료들은 지구에 충돌할 소행성이 정말 나타날 경우 궤도 변경, 파괴와 같은 대안을 내놓을 바탕이 될 수 있다.
세 기관은 아포피스 탐사가 한국의 우주기술력을 종합적으로 끌어올릴 계기가 될 것으로도 보고 있다. 아포피스 탐사선을 발사할 때 현재 3단인 누리호를 활용할 계획인데, 총 규모를 4단으로 개조해 성능을 올릴 예정이다. 또 표적이 되는 천체와 동일한 속도로 날아가는 ‘동행 비행’ 기술을 확보할 수 있다. 문홍규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동행 비행 기술은 도킹과 연료 보급, 우주쓰레기 처리 같은 임무에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 기관은 아포피스 탐사를 위해서는 2027년 10월 중순에는 탐사선을 발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사 뒤 우주를 비행해 지구 최근접일인 4월14일부터 본격적인 관측에 들어가며 이후 3개월동안 아포피스 주변에서 탐사를 진행한다. 최영준 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포피스 탐사 사업 과정에서 정부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국내 민간 우주기업과도 기술 협력의 장을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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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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