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서 BBB등급 회사채 패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금융권에선 "결국 사들일 곳은 산업은행 말곤 없는가"라는 탄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5일 채권시장에 따르면 "국내 저신용 기업의 경우 재무위험이 상대적으로 증가했는데도 위험도가 과소 평가돼 왔다"는 금융감독원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금감원 자본시장위험 보고서는 코스피 시장에 지난해 상장된 저신용 기업의 신용스프레드가 재무상황이 악화됐는데도 600~670bp로 전년도 수준에 머물렀다며 이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신용 스프레드'란 '회사채금리'와 '국고채금리' 차이다. 쉽게 말해 돈을 떼어 먹힐 위험으로 금리가 높은 회사채가 위험한 채권이라는 뜻이다.
금감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상장시장에서 BBB등급 이하 기업 비중이 2018년 5.3% 대비 6.2%로 증가하면서 저신용 기업에 대한 신용위험이 확대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란 악재가 터지면서 BBB등급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소멸 현상을 보이는 것이 시장의 우려다. 최우석 나이스신용평가 본부장은 "BBB등급 이하 대기업·중견기업·벤처기업은 직접금융 시장 창구가 막혔다"고 토로했다.
과거 회사채 등급 간의 금리 차이도 과거 2~3%포인트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4%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금리를 높여도 낮은 등급은 쳐다도 보지 않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분기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BBB등급 기업은 두산중공업·대한항공을 비롯해 AJ네트웍스·삼화페인트공업·폴라리스쉬핑 등 9곳에 이른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선 산업은행이 부도를 막기위한 금융지원 목적으로 사들이는 경우를 제외하곤 시장에서의 거래는 전멸했다.
지난 6월 1일부터 한달간 공모 회사채 발행에 앞선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한 6곳 중에 5곳이 신용등급 A급 이상이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안전한 등급마저 기피하는 상황에 저신용 등급 채권이 아무리 이자가 높아도 피하고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BBB등급 패싱이 수년째 이어져온 현상이란 점이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국고채와 상장기업 회사채를 꾸준히 사들이면서도 저신용등급 회사채는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금감원 통계 결과 지난해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7.0%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기도 했다. 외국인은 지난 5월에도 상장 채권에 3조4360억원을 순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덩달아 국내 기관투자자에 해당하는 연기금과 증권사들도 우량회사채에만 관심을 가지면서 BBB등급 이하는 "산업은행 뒷처리나 기다리는 휴지조각이 아니냐"는 자조의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현실적으로 BBB등급 집중지원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회사채 매입 특수 목적기구(SPV)를 설치한 산업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1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만큼 미청약이 늘고 있는 A급 회사채와 BBB등급 사이의 균형을 잘 잡으면서 정책을 집행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uly 15, 2020 at 02:35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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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B등급 패싱'에 채권시장 초비상…산은만 해결책인가 - 이뉴스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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